작가와 생산자 사이 예술가 정체성 고민
“우리는 예술가와 농부들의 말을 굳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수확한 열매를 맛보면 그만이다. 그들의 수확은 인간에게 삶의 기쁨과 희망을 갖게 한다. 부지런히 일하고 정직한 것은 예술가와 농부의 미덕이다.”(「예술가와 농부」 김종영)
고(故) 김종영 조각가(프란치스코, 1915~1982)가 1960년대 후반에 쓴 글이다. 이 짧은 글귀 안에 예술가로서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김종영 조각가는 우리가 예술가와 농부의 결과물인 작품과 수확물에만 관심이 있지, 그 결과물이 있기까지 그들의 애씀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런데도, 그는 작품과 수확물이 우리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다는 확신 때문에, 묵묵히 예술가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부지런함’과 ‘정직함’을 꼽았다. 그의 호(號) ‘우성’(又誠)에도 이 뜻이 담겼다. 김종영미술관(명예관장 최종태 요셉)이 ‘예술가와 농부’를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다. 예술가 김종영의 삶의 태도를 유추해 보고, 예술가들이 작가와 생산자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미술시장의 현실을 통찰하는 전시다. 미술관 본관 불각재에서 ‘김종영의 조각과 글 part 2’를 부제로 열리는 전시에서는 그의 조각 작품과 더불어 드로잉 작품도 볼 수 있다. 미술관은 “김종영이 시대와 예술을 통찰한 글과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이 시대에 작가의 본령을 음미해 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3월 24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