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가시 없는 장미송이

최용택
입력일 2024-04-24 수정일 2024-04-29 발행일 2024-05-05 제 339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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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벌립니다.
덩달아 가슴이 열리며
심장의 붉은 색 날숨이 창공에 뿌려집니다.

로마의 창끝에 아파하였던 대지는
이렇게 핏빛이었습니다.

장미꽃 그 속에 감추어진 가시는
로마의 붉은 대지를 기억하게 합니다.
기억 속의 로마가 창끝의 핏빛이었기에
장미꽃 가시가 아프기만 합니다.

아드님께서는 승리하셨습니다.
찬란하고 영롱하신 빛의 색깔로 부활하셨습니다.
위대하신 분, 알파요 오메가이신 분,

그분의 어머니가 ​
저희의 영원하신 어머니이십니다.
성모님이십니다.

어머니!
5월은 화려합니다.
저희는 환호합니다.

성모님!
5월은 붉습니다.
저희는 붉은 장미가슴 가득하게 안아봅니다.
창공에 뿌렸던 붉은 날숨이 장미꽃 송이마다 춤추라고 속삭입니다.

어머니!
이제는 가시없이 춤추는 장미를 두르십시오.

기억합니다.
아랫목의 이불속 꽁보리밥 식을까 노심초사하시며,
허기를 달래시며 저희를 먹이셨던 세상의 어머니,
얼음 냇물 빨래터에서 누더기 옷 하얘지라고
손이 시리셨던 세상의 어머니,

머나먼 길, 성전 찾아 기도하셨던 어머니,
아드님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픔을 감추시고 두 손 모으셨던 천상의 어머니,
이제, 쓰라림 버리시고 아름답게 피어나십시오.

어머니!
가시는 멀리하시고 장미꽃 향기만 맡으십시오.

어머니!
꼬마의 작은 손으로 묵주송이 돌리며
작은 장미꽃 만들겠습니다.
농부의 투박한 손으로
비뚤지만 커다란 장미꽃 만들겠습니다.
묵주송이 알알이 가슴속 공경의 날숨으로 불어 넣겠습니다.
저희 모두 안개꽃 다발되어 묵주송이 감싸겠습니다.

오늘을 허락하시고 매일을 기억하시는,
저희의 모든 것을 아끼시는 어머니,

굴리는 묵주알 소리로
어머니 귓전에 조심스레 다가섭니다.
가슴에 담은 ‘성모송’ 어머니께 바칩니다.

어머니!
나약한 영혼의 미약한 묵주기도,
향기 머금으신 웃음으로 받아 주시니,
여린 가슴 다져지고 차가운 가슴 녹아내립니다.

천상의 어머니!
저희의 성모님!
오늘 이 밤 세상은 기뻐하며
꽃향기 가득한 어머니를 공경합니다.

5월의 장미는 모두 어머니의 것입니다.
5월의 찬란함은 원래 어머니의 것이옵니다.

겸손하신 어머니!
기뻐 하십시오.
그리지 못하는 그림, 부르지 못하는 노래이지만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심장의 붉은 색 날숨으로 가슴에 그리며
장미꽃 송이마다 조용히 노래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시 _ 이재복(벨라도·마산교구 고성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