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시노드교회, ‘승리주의 이단’에서 벗어나야

박영호
입력일 2024-05-12 수정일 2024-05-12 발행일 2024-05-19 제 3393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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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학자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 인터뷰에서 지적

세속화된 시대에 가톨릭교회가 시노드적 교회가 되고 복음화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승리주의 이단’(heresy of triumphalism)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체코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이 말했다. 할리크 몬시뇰은 5월 2일 가톨릭 독립언론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우리는 오만하게도 스스로를 ‘완전한 사회’(societes perfecta)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그는 4월 29일부터 5월 2일까지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모임’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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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신학자이자 영성가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 사진 CNS

성직주의와 승리주의

할리크 몬시뇰은 사제들이 자신을 평신도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간주하는 성직주의를 뿌리 뽑으려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노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가톨리시즘의 자만심에 가득 찬 ‘교회 승리주의’를 지적했다.

이번 사제 국제모임에 참석한 성직자들을 향한 강연에서 그는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를 변함없는 확실성의 섬으로 만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본당 사제는 자신을 자기 본당의 교황으로 여긴다”고 꼬집고 “교회는 무류성의 은총을 오직 한 사람(교황)에게만, 그것도 매우 엄격하게 제한된 조건 아래에서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조차도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을 돕는 자문기구에 귀 기울이는데, 하물며 본당 사제는 자신이 봉사하는 하느님 백성에게 얼마나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쇄신 여정은 단계적이고 다중적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이어진 사제 국제모임에서의 솔직하고 열린 대화에 크게 고무됐지만, 시노드 교회를 향한 발걸음은 지역과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나라는 급격한 개혁에 잘 준비돼 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문화적 여건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성소수자, 기혼 사제, 여성 부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입장은 “대륙별로,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긴장과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교회 내 권위의 더 광범위한 분권화(decentralization), 그리고 영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뢰의 위기, 보편성의 확대

할리크 몬시뇰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교회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것은 교회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노달리타스는 교회가 미래를 향한 예언자적 소명을 수행하게 해주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교회는 제도종교에 속하진 않지만 영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다가감으로써 보편성(catholicity)을 더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속적 사회를 멀리해야 한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것은 ‘반-가톨릭적 사고방식’이고 ‘분파주의’라며 “가톨리시즘은 개방성과 보편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쇄적 가톨리시즘은 항상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체제와 유사하다”며 이는 교회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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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왼쪽에서 두 번째)이 4월 29일 로마에서 열린 사제 국제모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CNS

여성의 교회 내 지도력

할리크 몬시뇰은 나흘 동안 진행된 사제 국제모임에서, 사제들 간에 현격한 의견 차이가 여전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선의와 개방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회 내 여성의 권리 확대에 대한 시노드의 긴급한 요청에 대해 그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사제와 여성 부제에 대한 반대에 대해서는 “신학적 이유보다는 심리적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님이 남성만을 선택하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는 예수가 유다인만을 선택했다고 이탈리아인, 미국인, 일본인을 서품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복음 선포 카리스마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성령을 거스르는 죄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변화는 시작됐다

할리크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작한 시노드의 여정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며 “그는 진보적 신학자가 아니라 매우 현명한 사목자”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공감과 유머, 열린 마음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예수회의 전략과 결합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교회의 발걸음을 바꾸기를 원하며 새로운 교황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우리는 ‘바꿀 수 없는 변화’(changes that are unchangeable)의 흐름에 들어섰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