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자

박영호
입력일 2024-04-30 수정일 2024-04-30 발행일 2024-05-05 제 3391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국교회는 매년 5월 첫 주일을 생명 주일로 지내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가르치시며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피조물인 인간이 참된 진리를 깨닫고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기를 원하셨다. 그리스도인은 이처럼 은총으로 내어주신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깨닫고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도록 불리웠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과연 생명의 존엄성을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무기력한 존재인 태아의 생명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관련 법이 제정되지 못했다.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 관련 법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 사회적 현실 속에서 만연한 혼인과 출산 기피 현상은 우리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의 못자리인 가정은 오늘날 그 보금자리로서의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가운데 노인들에 대한 돌봄과 보살핌의 필요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보장 제도는 미미하다. 참담한 비극으로 기록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경제적인 이익을 최우선시하고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도외시하는 왜곡되고 비뚤어진 인식의 결과다.

이미 오랫 동안 교회는 우리 사회 안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크게 안타까워하면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은 그 뿌리를 되짚어 보면 결국 생명의 소중함을 소홀히 여긴 탓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일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가장 크고 긴급한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