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교 뛰어넘어 활짝 피어난 예수의 ‘작은 꽃들’

박효주
입력일 2024-06-02 수정일 2024-06-12 발행일 2024-06-09 제 3396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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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1회 무산문화대상 수상한 예수의 소화 수녀회 총원장 이영희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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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초월해 특별한 상을 주신 재단법인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사장 권영민 교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의 소화 수녀회 창설자인 고(故) 김준호(레오) 선생과 고(故) 조철현(비오) 몬시뇰께서 오래전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으로 뿌린 씨앗들이 이제 꽃 핀 것이 아닌가 싶어 경이롭기만 합니다.”

설악 무산 대종사 조오현 시인(1932년~2018년)의 뜻을 기리는 재단법인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5월 31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제1회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을 열었다. 수상자는 사회문화 부문 광주대교구 예수의 소화 수녀회(이하 수녀회), 예술 부문 박찬욱 감독, 문학 부문 문태준 시인이다.

수상자 중 수녀회가 특히 눈에 띄었다. 무산문화대상은 불교 조계종 단체에서 제정한 상이기 때문이다.

타 종교 단체에서 상을 받은 소감을 수녀회 총원장 이영희 엠마누엘 수녀는 차분히 답했다.

“수녀회 창설자 고(故) 김준호 선생이 오래전부터 불교, 유교, 개신교 등 종교 간의 대화를 꾸준히 해 오셨기에 저희에겐 친숙해요.”

1956년 공동체 생활을 시작으로 1999년 설립된 수녀회는 현재 15명의 수녀와 120명의 직원이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대표이사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을 통해 240여 명의 장애 가족을 돌보고 있다. 소화자매원은 정신 장애인 요양 시설 소화누리, 발달장애인 거주 시설 소화천사의집·소화성가정·소화진달네집,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소화아람일터, 정신 장애인 사회 복귀 시설 소화햇살둥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자립 지원을 하고 있지만 증상이 재발하거나 취업에 실패하고, 부적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성공적인 사례도 드물지 않다. 이 수녀는 “어떤 분은 37년 전 심한 우울증으로 입소했다가 호전돼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5년 전 자립했다”면서 “그림 대회에 입상한 후 싱가포르에서 전시회도 열고 최근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과 운전면허도 취득했으며 산티아고 순례길도 다녀왔다”고 희망을 담아 말했다. 현재까지 장애인 80여 명이 취업해 자립했다.

이 수녀는 적지 않은 상금인 1억 원을 “사회복지 혜택마저 받기 어려운, 소외되고 절망하는 분들이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다가 주님께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 쓰이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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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총원장 수녀(오른쪽)와 문성월 부총장 수녀(가운ㄷ)가 제1회 무산문화대상 사회부문 상을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효주 기자 p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