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주교님께서 2014년 2월부터 최근까지 교구 청소년담당 교구장 대리를 지내시며 청년들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하셨다는 일화가 참 많습니다. 교구장 사목교서 설명회를 통해서는 청년을 위한 투자, 파격적인 지원도 언급해 주셨는데요. 앞으로 교구장으로서 청년 사목을 어떻게 펼쳐 나가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청년·청소년 사목에서는 ‘교회가 그들의 아픔과 꿈에 어떻게 동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이게 숙제입니다. 교회가 앞으로 힘을 모아야 할 포인트는 청소년·청년 사목이 교회의 정말 중요한 몫이라는 점이지요.
일단 청소년·청년들의 특징에 맞는 사목이 이뤄져야 합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관심 있는 분야에 따라 모임을 형성하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활발히 소통하는 이동성(mobility)을 지닌 세대입니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각 본당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활동하면서도 그때그때 이벤트성이든 다양한 관심사에 따라 본당을 넘나드는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찾아가는 사목’이 중요합니다. 우리 교구는 ‘가톨릭 아웃리치’라고 해서 학교 밖 청소년 분과를 설립하고, 아지트(A지T, 아이를 지키는 트럭) 버스를 운영하는 등 찾아가는 사목을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죠. 다양한 모습의 찾아가는 사목에 대해 연구하고 찾아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의 교구와 교류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해외봉사를 체험하는 나눔의 장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긴밀해지는 요즘 젊은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체험을 쌓고, 해외 젊은이들도 한국교회와 사회를 체험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이런 기회를 만들어 가며 청년들이 봉사 안에서 느껴지는 소중한 신앙을 체험하길 바랍니다.
◎ 대주교님께서는 교구장 착좌미사에서 사제들에게 사제의 정체성을 이 시대의 요청 안에서 새롭게 성찰하자고 당부하셨습니다. 특별히 교구장으로서 사제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신부님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소명을 교회와 세상을 위해 더 잘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드리는 것, 신부님들의 사목적 열정을 세상을 향해 쏟아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교구의 숙제입니다. 우리 교구에는 1000명에 이르는 훌륭한 사제단이 있습니다. 이 정도 인적 자원은 전 세계 교구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반면 본당은 232곳에 불과해 균형이 맞지 않죠. 그래서 17~18년은 지나야 본당 주임 사제로 발령받을 수 있습니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40대 신부님들이 주임 사제 발령을 기다리면서 지칠 수 있죠.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 서울대교구는 그동안 인적으로, 물적으로 또 국내외적으로 많은 나눔을 실천해왔습니다. 이러한 나눔 활동에 대한 어떤 철학이나 고민이 있으신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눔을 확대해나가고 싶으신지 계획이 궁금합니다.
나눔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 풍족해서 나눈다기보다 부족한 가운데 함께 나누는 몫입니다. 교회가 부족한 가운데 아끼면서 나누는 문화를 이어가야 합니다. 나눔은 멈춰서는 안 되죠. 그동안 교구는 사회사목국 산하 기관만이 아니라, 타교구나 다른 나라 교회들을 위해 알려지지 않은 채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또 재정적인 나눔만이 아니라 선교사제나 평신도 선교사, 수도자 파견 등 인적 나눔도 우리 교회가 세상 안에서 나눔의 중요성을 증거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교회의 나눔이 우리 사회 안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지만, 교구나 공동체는 선행을 널리 알려야 사회에 자극도 되고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부족한 가운데 나누는 것, 이것이 결국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증언이 될 거 같기도 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홍보도 필요한 부분이겠지요.
현대 자본주의의 단면 중 풍족하게 누리는 것을 SNS 등을 통해 자랑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대놓고 돈 자랑을 하면 젊은이들이 거기에 몰려들죠. 외향만 화려한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참된 행복은 부족한 가운데 나누면서 함께하는 데 있다는 걸 교회가 보여주고 그대로 살며 증거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도 이런 모습으로 살도록 초대해야 하죠.
◎ 한국교회의 맏형인 서울대교구가 앞으로 타교구, 나아가 아시아복음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한국교회 안에서는 다양한 차원의 협력과 상생이 잘 이뤄져 왔는데요, 이를 잘 이어갈 것입니다. 서로 나누면서 서로 간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세계교회 안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도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또 오늘날 사회에서 이런 부분이 더 많이 요청되고 있는데요, 이에 더 잘 응답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일단 아시아교회와의 교류를 위해 신학생 양성 과정 때부터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한 훈련과 체험을 강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많은 신자들과 국민들이 지쳐있습니다.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어려운 시간 동안 하느님께서는 멀리서 모른 체하고 팔짱끼고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어려움을 다 듣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점입니다. 정말 힘들 때는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앞에 말없이 머무르며, 힘들다고 주절주절 쏟아내고 우리와 함께 계시는 그분을 느끼는 계기로 삼읍시다. 특히 새해라는 선물 안에서 하느님의 선물, 새롭게 힘을 내라는 선물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지난 2년과 다르게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함께 나아가봅시다!
◎ 마지막으로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교구민과 한국교회 신자들, 그리고 북녘 교회 형제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임인년(壬寅年) 호랑이해가 밝았습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지치고 힘들었는데, 새해라는 시간은 쳇바퀴처럼 돌아오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라는 주님의 선물이 곧 새해입니다. 새해를 하느님께서 우리의 힘든 마음에 베풀어주신 희망과 은혜로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북녘 동포들은 마치 우리 눈에는 사라지고 없어진 듯 보이지만, 하느님 안에서는 살아있는 형제자매입니다. 분단의 역사가 70년 향해서 가다보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국민들의 염원이 다소 힘을 잃어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염원을 더 부여잡고 강하게 바라면서 기도해야 합니다. 만약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큰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