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수환추기경연구소 - 한국교회사연구소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영성 연구’ 심포지엄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2-06 수정일 2022-12-06 발행일 2022-12-11 제 332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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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추기경, 인간 존엄 회복에 힘쓴 민주주의 설계자”
생애 연대순으로 분석·정리
성장기에 관한 연구도 발표
서품 후 추기경이 되기까지
신앙여정에 대한 연구 필요

12월 3일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김수환추기경연구소와 교회사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2회 심포지엄 중 임민균 신부(가운데)가 한승훈 교수의 발제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임민균 그레고리오 신부)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는 12월 3일 가톨릭대 성신교정 진리관 3층 대강당에서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갈라 6,2)-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영성 연구’를 주제로 제12회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건국대 한승훈(다미아노) 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의 사회영성과 한국사회의 변화’에 관해 발표, “민주주의의 설계자”로서 김 추기경을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한 교수는 1969~1988년 김 추기경의 삶을 연대순으로 분석, 김 추기경이 “교회의 가르침에 기초한 인간의 존엄성을 세우고 자유, 정의 평등이 구현되는 민주주의의 설계자”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한 교수는 먼저 독재정권에 저항한 한국교회의 배경을 보고 1970~1979년을 김 추기경이 ‘민주주의를 설계한’ 시기로, 1980~1987년을 김 추기경이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싸운 시기로 살폈다.

한 교수는 “김 추기경이 설계하고자 한 민주주의의 모습은 예수님의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였고,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권 및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라고 김 추기경이 구상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설명했다.

특히 “김 추기경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바탕에 두어야 할 사안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꼽으면서 민주화를 통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이 독재정권에 맞섰지만, 김 추기경이 꿈꾼 “민주화의 완성이 독재정권의 종식에만 있지 않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해서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고 외아들 예수를 인간 세계에 보내시면서 이루고자 했던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이 김 추기경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영남대 김정숙(소화데레사) 명예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의 성소 못자리’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김 추기경의 가계를 추적하고 김 추기경의 성장기에 영향을 미친 장소 ‘남산동’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또 김 추기경에게 영향을 준 인물들을 살펴 김 추기경의 신앙형성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정리했다.

김 교수는 연구과정에서 찾은 김 추기경 친·외가 족보와 호적등본, 김 추기경 일가의 세례·견진 증명 등을 찾고 후손을 인터뷰해 김 추기경의 구술에서는 소개되지 않은 내용을 재구성했다. 김 교수는 조사한 자료로 김 추기경의 유년시절을 보면서 “김 추기경의 두드러진 장점은 절제와 감사의 자세”라며 “늘 자신을 다질 수 있고, 갈등하고 솔직히 바라보고 또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랑 속에서 살았고 이를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사회에서 가톨릭은 새로 탄생하는 계층으로 (오늘날) 신자들은 김 추기경이 열어놓은 세계에 합류하고 있다”면서 “새로 드러난 계층이 책임져야할 비전에 대해 신자들이 늘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과정에서 “김 추기경 관련 자료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료 수집필요성도 덧붙여 전했다.

12월 3일 김수환추기경연구소와 한국교회사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12회 심포지엄에 참가한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951년 사제 서품부터 1969년 추기경 서임까지 18년의 신앙여정’을 주제로 발표한 이충렬(실베스테르) 작가는 김수환 추기경 전기 「아, 김수환 추기경」을 집필하면서 조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추기경 임명 전까지 김 추기경의 삶을 풀어냈다.

특히 이 작가는 김 추기경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관계를 상세하게 살피면서 “김 추기경이 어떻게 교황청의 신임과 기대를 얻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교회가 ‘세상 속의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게 됐는지를 보여줬다.

이 작가는 “김 추기경이 어떤 인물이었고 어떤 영성을 갖고 있었기에 사제 서품 후 18년 만에 추기경에 서임됐고, 한국 가톨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던 것일까?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제 서품 이후의 신앙여정과 영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 과정에 대한 연구가 아직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