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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특집 - 마구간을 밝히는 이들을 찾아서] (4)‘통합생태마을’ 꿈꾸는 꼬미마을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2-12-13 수정일 2022-12-14 발행일 2022-12-18 제 3323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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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뻔했던 시골 마을… 통합 생태적 삶으로 되살아나다
대부분 노인에 빈집 늘어나던 곳
주민들 합심해 마을 꾸미기 돌입
살고 싶은 곳 되도록 숨 불어넣어

8월 14~15일 열린 꼬미마을 ‘고향 방문의 날’ 행사에서 방문객과 마을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꼬미마을 제공

통합 생태론은 자연환경뿐 아니라 인간적, 사회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지구를 표현하는 ‘공동의 집’도 하느님의 피조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기후위기 등으로 통합 생태론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경북 고령군 개진면 인안2리 ‘꼬미마을’은 통합 생태론을 바탕으로 ‘통합생태마을’을 꿈꾸는 현장이다. 무너져가던 인구 27명의 작은 농촌마을이 생태적 삶을 지향하면서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지금 여기, 예수님께서 꼬미마을에 오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

통합생태마을 꼬미마을 입구. 최근 마을 꾸미기 사업을 통해 세운 ‘치산대장군’과 ‘꼬미여장군’ 장승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시골 마을이지만, 곳곳이 주민들의 손길로 되살아나고 있다. 사진 우세민 기자

■ 죽어가던 마을에 숨 불어넣기

“86세이신 제 아버님이 젊은이에 속할 정도로 어르신뿐인 마을이에요. 지난 10년 사이에 벌써 열서너 채가 빈집이 됐죠.”

김광숙(노엘라)씨가 고향 꼬미마을로 돌아오던 2020년 9월, 이곳은 위기에 놓여 있었다.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노인들. 이분들이 더 나이가 들어 하나둘 떠나간다면 마을의 명맥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국제가톨릭형제회(Association Fraternelle Internationale, AFI) 회원인 김씨는 복음적 삶을 살기 위해 일생을 봉헌한 사도직 협조자다. 마을에 가톨릭 신자는 혼자뿐이지만, 통합 생태론을 바탕으로 이곳을 ‘통합생태마을’로 되살려야겠다고 김씨는 마음먹었다. 통합 생태론에 더해 김씨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감마’(GAMMA·비영리 조직을 위한 총체적 마케팅 경영모델) 영성도 통합생태마을 구성의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김씨는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삶에 활기를 주고 싶었다”며 “나와 우리, 마을 공동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금의 꼬미마을은 김씨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다. 마을 공동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협동해서 바꿔나갔다.

꼬미마을 전경 꼬미마을 제공

친환경 유기농 비료를 만들어 땅을 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 꼬미마을 제공

지난 여름, 마을 광장에 마련된 밤마실돗자리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주민들. 꼬미마을 제공

꼬미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프로젝트

꼬미마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21년 4월 고령군 사업인 ‘아름다운 마을 콘테스트’ 후보에 선정되면서부터다. 마을 공동체는 “이번 기회에 손수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자”며 함께 발 벗고 나섰다.

공동체는 먼저 마을 입구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입구 광장의 가장자리에 보기 싫은 시멘트 턱을 부수고 흙을 채워 꽃밭을 만들었다. 장승 ‘치산대장군’과 ‘꼬미여장군’도 입구에 세워 마을을 지키도록 했다.

친환경 유기농 비료를 만들어 땅을 살리는 작업을 하고, 매실·감·백일홍·해바라기 등을 심어 가꾸고 있다. 마을 우물을 리모델링하는 ‘큰새미’ 작업에 착수했으며, 친환경 쑥 농원을 조성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외적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내적 변화다. 꼬미마을 공동체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물고, 살고 싶은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8월 14~15일 열린 ‘고향 방문의 날’(Home coming day) 행사는 변화된 꼬미마을을 공개하는 첫 번째 ‘무대’였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으나 지금은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향을 방문해줄 것을 부탁했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행사 당일 100여 명이 광장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뤘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1박2일 동안 옛날 사진들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고, 별을 보며 주전부리를 나눴다. 또 마을 뒷산과 낙동강변을 거닐고, 축하무대를 즐겼다.

한 어르신은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마을의 변화를 평가했다. 어르신은 “처음에는 ‘이게 될까’라며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기우였다”며 “우리 마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꼬미마을 주민 김광숙씨(오른쪽)가 12월 10일 마을을 방문한 예수수도회 수녀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우세민 기자

예수수도회 수녀가 꼬미마을 생태체험교육 ‘셰어링 네이처’의 나무 선물하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우세민 기자

■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마을

꼬미마을의 노력은 가톨릭교회도 인정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 백종연 바오로 신부)는 지난 10월 8일 개최한 ‘하늘땅물벗 「찬미받으소서」 실천 사례 공모전’ 시상식에서 꼬미마을 사례에 버금상(단체 부문)을 시상했다.

꼬미마을 공동체는 앞으로도 마을 꾸미기를 계속하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통합생태마을로 자리 잡아갈 계획이다. 매년 고향 방문의 날을 정례화해 귀향 의지를 불어넣을 생각이다. 보다 내적인 변화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감마 영성을 기반으로 한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생태교육 프로그램 ‘셰어링 네이처’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2월 9~11일에는 예수수도회 수녀들이 꼬미마을을 방문해 유기 서원자 연수를 실시했다. 수녀들은 꼬미마을 공동체의 통합생태마을 실현 노력을 듣고 낙동강변과 마을 뒷산 등을 거닐며 셰어링 네이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심명식(체칠리아) 수녀는 “서로의 생각들을 녹여내 함께 나아가는 꼬미마을과 같은 자세라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 수녀는 또 “반드시 농촌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환경에서 가능한 대로 실천한다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통합 생태적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월 10일 꼬미마을을 방문한 예수수도회 수녀들이 낙동강변을 거닐고 있다. 사진 우세민 기자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