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희생과 침묵으로 주님께 봉사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이하 제자 수녀회)는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1884~1971)가 창립한 세 번째 바오로 가족 수도회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새로운 매체를 활용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한 복음 선포를 사도직으로 수행하는 성 바오로 수도회(1914년)와 성 바오로 딸 수도회(1915년)를 창립했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열정적인 활동가이자 탁월한 영성가였다. 시대의 징표를 헤아릴 줄 알았던 그는 복음화 활동에 전념하는 바오로 가족을 기도로 지탱할 협력자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나는 성체조배와 사제적, 전례적 사도직에 전념하며 관상 생활을 하는 수도 가족, 곧 성체의 신비 안에 현존하시는 천상 스승 예수께 온전히 속한 수도회가 탄생하도록 기도하기 시작했고, 또 기도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제자 수녀회는 바로 이러한 기도의 열매로 탄생했다. 알베리오네 신부는 1924년,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인 2월 10일에 이탈리아 알바에서 스승 예수의 제자 수녀회를 창립하고, 성 바오로 수도원에 있던 젊은 여성 그룹 중 오르솔라 리바타(1897~1987)와 메틸데 제를로토(1899~1965) 두 명을 뽑아 새 가족 공동체를 시작했다. 그는 리바타에게 ‘제자’라는 뜻을 가진 ‘스콜라스티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매들의 첫 공동체를 맡겼다. 마드레 스콜라스티카는 다른 7명의 자매들과 함께 예수님의 첫 제자이신 성모님께서 예수님과 사도들에게 협력하신 것처럼 바오로 가족의 활동에 은총을 길어 올리는 역할에 전념했다. 제자 수녀회는 창립 초기 성 바오로 딸 수도회와의 독립적인 분리를 위해 고통의 시간도 겪었다. 바오로 가족의 뿌리 역할을 해야 하는 제자 수녀회 고유 영성과 사도직이 소멸될 위기에 처하자 창립자 알베리오네 신부는 성령의 역사하심에 모든 것을 맡기며 순명으로 하느님의 때를 준비했다. 특히 마드레 스콜라스티카는 수난의 시기에 깊은 침묵으로 교회 안에 제자 수녀들의 성소가 뿌리내리고 자라도록 자신의 전 존재를 봉헌했다. 고통의 시간은 제자 수녀들이 더욱 견고한 하느님의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자 제자 수녀회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수도회라는 사실을 선포하기 위한 귀한 시간이 됐다. 마침내 제자 수녀회는 1960년 8월 30일, 성 요한 23세 교황에게서 성좌 최종 승인을 받았다. 제자 수녀들의 삶의 중심은 성체조배이며, 삶의 규칙은 숨은 희생과 침묵이다. 성체의 여사도라고 불리는 제자 수녀들은 감실 앞에서 밤 새워 기도하며 “인류가 구원자요 스승이신 예수님을 맞이하여 경청하고 사랑하기를 기도하고, 그에 봉사함으로써 창립자의 카리스마적 체험을 상기시키는 표지가 된다.”(생명의 규칙 3조)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