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은둔형 외톨이’ 사목에 힘 쏟는 김해영 신부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2-12-21 수정일 2022-12-21 발행일 2022-12-25 제 3324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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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에 교회 관심 절실”
국내 40만 명 이를 것으로 추정
입시·취업 위주 교육이 주된 원인
교구 차원의 전문적인 지원 제안

김해영 신부는 “한국교회는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는 주님의 물음에 답하는 심정으로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현재 한국교회가 신경 써야 할 아주 중요한 사목입니다. 그럼에도 교회가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해영 신부(베드로·살레시오회)는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 은둔형 외톨이가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해 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들 사이에서 ‘은톨’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로 불려진다. 인간관계가 단절돼 집 밖에 나가지 않고, 대면 접촉을 극도로 피하는 까닭에 SNS상에서만 간접적으로 자기를 드러낸다. 김 신부는 “정치권에서나 시민단체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들에 대해 점차 문제의식을 지니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교회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김홍걸 국회의원(무소속)은 지난 12월 5일 의원회관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김 신부는 “은둔형 외톨이를 양성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잘못된 교육에 있다”면서 “모든 사람은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존재로서 존중과 배려를 받아야 하는데도 우리 사회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만을 추구하는 무한 경쟁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부모들은 생물학적 부모를 넘어 영적 부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가정에서도 자녀들에게 세속적인 성공을 강요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본당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아도 왜 안 나오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교구 차원에서 전문 조직이나 인력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서울시립청소년드림센터장,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교장 등으로 청소년 사목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선구자적으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몸소 인식하고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어렵사리 만남이 성사돼도 다시 은둔생활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면서도 비대면 접촉을 대면 접촉으로 끌어내고, 같은 처지에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를 조직하려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그들을 창조하신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큰 죄악입니다. 주님께서 카인에게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셨던 그 물음에 대답하는 마음으로 교회는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