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가는 교회’ 이루려면 경청·대화가 이어져야 합니다
시노드 교구-본당 단계 거쳐 종합
10개 주제 질문으로 정리 마쳐
소극·수동적 준비 과정 아쉽지만
진지한 나눔·경청 기회로 긍정적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최영균 시몬 신부)는 2022년 10월 11일부터 10회 과정으로 ‘시노달리타스와 한국천주교회’ 강좌를 열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가 ‘한국교회 시노드 과정 평가’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박문수(프란치스코) 박사-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시노드 실천을 위한 성찰의 기준들
시노달리타스를 배우기 위해서는 시노드 정신을 되짚어보고 실천해야 한다. 이 정신을 살기 위한 교회의 회심은 ‘온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시노드 예비문서 2항에서 실천에 대한 성찰 기준을 찾았다.
구체적으로 ▲성령께서 역사 안에서 우리를 어떻게 부르고 계시는지 되새겨 보기 ▲모든 이가 특히 다양한 이유로 소외된 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받는 참여적이고 포괄적인 교회적 과정을 실천하기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과 은사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인식하고 감사하기 ▲복음을 선포하고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세상을 건설하고자 노력할 책임 수행의 참여 방식들을 탐구하기 등이다.
아울러 ▲자신이 운영하는 조직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복음에 뿌리내리지 않은 왜곡된 관행과 편견을 드러내어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하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사회적 대화, 치유, 화해, 포용과 참여, 민주주의 재건,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 증진의 과정에서 신용 있는 동반자로 신뢰감 쌓기 ▲그리스도교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는 물론, 다른 사회단체와 공동체들, 예를 들어 다른 교파와 타 종교 신자 공동체, 시민 사회 단체, 대중 운동 간의 관계 되살리기 ▲보편, 지역, 국가, 개별 차원에서 최근에 거둔 시노드 체험의 결실을 인식하고 활용을 증진하기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에서 제시한 ‘시노드 교구 단계’는 2021년 10월 7일부터 2022년 8월 31일까지로 정해졌다. 세계의 많은 교구에서도 이미 시노드 관련 작업 활동을 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은 결코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
시노드 자문과 토의 과정에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태도는 ▲하느님 백성은 진실하게 자문에 응해야 한다는 것 ▲최대한 광범위하게, 주변부에 있는 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이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 ▲실질적으로, 복음 선포 사명 실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교회 각 교구의 시노드 과정
한국교회도 이에 따라 시노드에 돌입했다. 시작 단계는 2021년 10월 15일부터 2022년 2월까지 이뤄졌다. 당시 정서는 코로나19로 모임 자체를 주저하는 분위기에서, 이미 과거 대희년 전후로 시노드를 경험해 보았던 몇몇 교구들의 시노드 무용론과 회의론이 팽배했다. 또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개념 이해 부족 및 준비 질문의 모호성으로 초반 준비 작업은 쉽지 않았다. 여기에는 성직자들의 소극적 참여도 지적될 수 있다.
이 단계에 대한 평가는 먼저, ‘교구마다 고유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체로 의무감 차원에서 ‘처리해야 할 일’로 접근한 모습이다. 또 일부 교구는 불참했다. 직전에 시노드를 끝낸 대전교구와 하느님 백성과의 대화를 했던 광주대교구 등이 해당한다. 의정부교구는 시노드 이전인 2019년부터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공부와 적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교구장 의지가 전체 분위기와 추진력을 결정하는 경향도 강했다. 의정부·제주·춘천교구 등이 그렇다.
2022년 2월부터 5월까지는 본당 과정이 이어졌다. 이 단계는 교구장과 주임 사제 의지에 따라 ‘신자들의 불참’, ‘제한적 참여’, ‘적극적 참여’ 등 세 유형으로 전개됐다. 서울대교구처럼 경청 모임 없이 의견 조사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에서부터, 의정부교구나 춘천교구의 경우처럼 교구장이 직접 챙기며 두 차례 이상 전체 신자 대상으로 경청 모임을 진행하는 경우까지 다양했다. 본당 사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진행하고 이 과정을 교구가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신자의 일부만 참여했지만,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체험’으로 평가했다.
이 단계는 신자들 개인 의사에 맡기다 보니, 적극 신자 층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모임은 했으나 결과를 정리하거나 보고서를 제출한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신자들은 교회가 자신들에게 의견을 묻고 시노드 과정에 참여시켰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 경청과 대화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후속 작업도 요청됐다.
교구 종합 과정은 2022년 5월부터 6월까지 열렸다. 의정부교구를 제외하고는 본당, 특수 집단에서 올라온 경청 결과들을 교구 모임을 통해 성찰, 식별하는 과정이 대부분 생략됐다. 교구들은 실무자들끼리 교구 종합을 진행했다. 경청 모임 결과를 주제 질문에 맞춰 정리한 교구가 대부분이었다. 이렇다 보니, 현장 목소리들의 약화, 탈락, 추상화 문제가 발생했다. 보고서 작성 때도 현장성을 살리기보다는 문장과 신학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컸다.
주교회의의 결과 종합 과정은 2022년 7월에서 10월까지였다. 한국교회 종합은 주교회의 대표와 각 교구 책임자, 수도자 대표, 평신도 대표 등 26명이 6월 28~29일 한국교회 교구 책임자 모임을 진행하고 한국교회의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교구마다 다른 형식으로 올라온 내용을 10개 주제 질문으로 정리하고 10개 주제 질문에 따른 종합·정리 작업은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에서 진행했다.
시노드 진행의 한계와 성과
이 과정을 종합 평가해 보면, 일부 교구에서 종합할 때 발생했던 현장성 결여, 추상화 문제가 그대로 발생했다. 또 성찰 식별이 생략되며 주교회의 차원의 응답 후속 작업 논의가 결여됐다. 추계 주교회의 총회 후 한국교회 종합에 대한 주교회의 입장 발표도 생략됐다.
전체 단계에 대한 한국교회 준비 과정을 평가해 보면, 전반적으로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준비와 시노달리타스 개념에 대한 사전 이해 부족을 들 수 있다. 또 사제와 주교들은 조정자·감독자 역할이 대부분이어서, 함께 걸어가는 교회라는 의미가 퇴색됐다. 성찰과 식별도 부족했다. 경청에 초점 맞춘 것은 잘한 일이나 이 경청 결과를 한국교회 차원에서 수용하고 이어가려는 의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신자들은 ‘모처럼 신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진지한 나눔과 경청을 할 수 있게 된 기회’로, 또 ‘경청, 성찰, 식별의 중요성을 학습하고 생활에 적용할 필요성을 인지하는 기회’로 평가했다. ‘함께 걸어가는 교회가 주장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평신도의 양성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였다’는 의견이다.
특히 경청 모임 결과가 시사하는 중요한 점들을 살펴보면, 교구 간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공통적인 내용과 제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종합 보고서에서 거론된 문제들은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와 대희년 전후 열린 교구 시노드들, 소공동체 운동과 팬데믹 시기 신앙 의식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과제와 문제들이었다. 이는 한국교회의 구조적이고 관습적이며 고질적인 신앙 패러다임의 존재를 암시한다. 신자들이 교회에 대한 감사와 희망을 피력한 점, 성직주의 비판에 대한 사제들의 소극적 저항 태도도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