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지구를 살리자 / 이미용

이미용 베냐민,제1대리구 대천동본당
입력일 2022-12-27 수정일 2022-12-27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소공동체 활동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데, 신부님이 부르셨다. “그만 쉬어도 되지? 너무 쉬면 안 되니까, 이번에는 「찬미받으소서」 권고대로 공동의 집을 가꾸는 일을 한번 해 보라”고 하셨다.

말씀하시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세례 때 드린 기도가 있기에 거절도 못 하고 있는데 신부님은 말씀하셨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소각된다”고. 그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또 심각하기에 시에서 운영하는 자원순환 가게를 본당에서 운영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평소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과 생각이 많았던 점에서 순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시작된 본당의 자원순환 가게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현재 주 2회 하루 3시간씩 운영되고 있다. 이제 제법 꼴을 갖추고 이용자들도 많이 늘어났다. 회원수가 50명 정도다. 나와 봉사자들은 주변 원룸촌을 돌면서 페트병과 우유팩을 주워 온다. 하루 한 시간만 돌면 페트병 10킬로그램 정도는 쉽게 주울 수 있다. 한번은 마리아 자매랑 페트병을 줍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그걸 뭐 하러 줍냐”고 물었다. 우리는 열심히 성의껏 설명해 드렸다. “집에 모아 놨다가 성당으로 갖고 오면 보상해 드린다”고. 반응은 별로다. 그래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안 할 때는 몰랐는데 해보니 얼마나 환경오염이 심각한지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치고 다닌다. 말로만 “기후위기, 기후위기” 하지 말고 실천들 좀 하시라고.

시에서는 “더 많은 자원순환 가게를 오픈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어 고민했는데, 천주교회에서 앞장 서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하느님이 주신 지구를 잘 보존하고 가꾸는 일이 우리의 임무인데 감사할 일이 뭐 있을까. 아무튼 천주교회가 모범을 보이면, 다른 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안기게 되지 않을까. 아울러 우리 신자들이 지구를 지키는 일에 일조한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할 것 같다.

한번은 마리아 자매가 “반장님, 우리가 이런 거 줍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자꾸 쳐다봐요. ‘생활이 어려워서 그런가’라고 생각할까요?”라고 했다. 나는 “아무려면 어때.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공동의 집을 지키는 파수꾼이니까 자부심을 가져~~!!”

마침 우유팩이 눈에 띄었다. 마리아는 뛰어가서 얼른 우유팩을 주워 담았다.

우리는 일주일에 두세 번 페트병을 주워 모은다. 이 돈은 차곡차곡 모아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기로 했다.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예쁠까?’ 스스로 생각해보며 힘들어도 위안으로 삼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이 60이 넘고 보니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사는 게 의미 있을지 더 생각해 보게 된다. 건강이 허락하는 그때까지 지구를 살리는 일에 먼지만큼이나마, 내 힘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에너지를 쏟아 부을 생각이다.

이미용 베냐민,제1대리구 대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