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2-27 수정일 2022-12-27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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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 속에 묻힌 소외와 고통… 당신은 손을 내밀고 있나요
코로나19로 드러난 우리 민낯
가난과 차별이 심각해진 세상
난민 등 12가지 주제로 나눠
‘인간다움’ 되찾는 방법 제시
박정은 수녀 지음/296쪽/1만5800원/한빛비즈

“인간답지 못하다”는 말은 인간에게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을까. 미국 홀리네임즈대학 영성학 교수 박정은(소피아) 수녀는 “오늘의 인류는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생산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고프고,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우리는 진실되게 행복하냐”고, “우리의 인간성은 상처받지 않았느냐”고.

코로나19 팬데믹은 현대 세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는 현대사회의 눈부신 번영도 봐왔지만, 팬데믹을 통해 최악의 가난과 소외도 목격했다. 바이러스는 한 사람의 고통이 집단의 고통이 된다는 진실을 보여줬고, 우리 모두가 이어져 있다는 깨달음을 줬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이 과연 바이러스 때문이었을까. ‘불청객’ 바이러스가 떠나고 나면 해결이 되는 문제일까. 박 수녀는 소외된 이들, 가난한 이들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쩌면 앞으로 가난, 소외, 차별, 질병 등은 더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박 수녀는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봐야한다고 호소한다.

박 수녀는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를 발견한다. 한자의 의미를 살피면 인간(人間)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놓인 공간이다. 박 수녀는 “인간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내면적이면서 외연적인 상호작용 그 자체”라며 “인간은 결코 단수가 아닌 복수, 그리고 공동체라는 진실을 내포한다”고 말한다.

박 수녀는 책을 통해 인공지능과 비대면문화, 남녀갈등, 죽음, 자본, 난민 등 지금 당장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12가지 주제의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주제들은 박 수녀가 10년간 미국 홀리네임즈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또 박 수녀가 수녀로서 또 인문학자로서 사색해온 것들이다.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의 경계에서, 또 여성이자 이방인으로서 삶의 현장에서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간 박 수녀의 체험과 관점이 녹아들어가 있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책은 3부에 걸쳐 나에 관한 주제에서 너, 우리에 관한 주제로 ‘인간다움’을 확장시켜 나간다. 1부 ‘너의 일상에 안녕을’에서는 개인의 삶에서 만나는 질문들을 다뤘고, 2부 ‘나를 이루는 것들’은 외부 환경과 타인과의 관계가 빚어내는 삶의 질문에 관해 말하고 있다. 마지막 3부 ‘우리가 머무는 이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만나는 문제들을 말하고 있다.

박 수녀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이 책을 통해 누군가 그 어떤 보물보다 귀한 것이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래서 저마다의 귀한 구석을 알아보고 소중히 대하며, 공동체를 다시 한번 떠올려준다면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