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故 김형구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전 ‘盡心, 삶이 위대한 예술’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12-27 수정일 2022-12-27 발행일 2023-01-01 제 332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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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게 그려낸 자연과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
기증작 포함 회화 80여 점 비롯
아카이브 자료 40여 점도 전시
2월 12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노을’(1978).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사랑, 종교적 신념을 작품으로 표현한 고(故) 김형구 화백(루카, 1922-2015)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삶과 예술 세계를 회고하기 위해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김 화백 생전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 제2회 이동훈미술상(2004년) 본상 수상자로서 2005년 수상 작가전을 열며 대전시립미술관(관장 선승혜)과 연을 맺은 김 화백은 이듬해 대전시립미술관에 작품 53점을 기증했고, 당시 100주년전이 이곳에서 열리면 좋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그 뜻에 따라 지난해 11월 15일 시작된 전시는 2월 12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에서는 그의 기증작을 포함해 회화 8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김 화백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주제는 김 화백이 1985년 잡지 ‘공간’ 11월호에 기고한 글 ‘나의 예술’을 토대로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그 주제는 ‘아카데미즘에 충실한 표현’, ‘심상적인 표현’, ‘감성적인 것과 지성적인 것의 조화’, ‘자연에 대한 경외’다.

제목 ‘김형구: 盡心, 삶이 위대한 예술’에는 그의 예술 철학이 반영됐다. 김 화백은 ‘그림은 생활에서 우러나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국 구상 미술 1세대로서 진실한 성품과 온후한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 본질의 아름다움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꿈꾸는 바다’(1977).

1922년 함흥에서 태어나 2015년 선종하기까지 한국사의 참혹한 현장을 지나오며 어쩔 수 없이 내면에 불안과 상처가 새겨진 그는 이를 구도자적인 삶과 따뜻한 인간애로 승화해 표현했다. 서울동성고등학교 미술 교사와 한국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고문 등으로 활동, 제10회 가톨릭미술상 특별상(2005년)을 수상하는 등 가톨릭 미술계 원로 예술가로서 무엇보다 김 화백은 깊은 종교적 심성을 작품에 꾸준히 녹였다.

특히 김 화백은 가족과 주변 인물을 주된 작품 소재로, 부드럽고 평온, 고요한 형태로 그렸다. 전시를 기획한 대전시립미술관 송미경 학예 연구사는 “그가 겪었던 전쟁의 상흔들을 통해 얻어진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사랑, 종교적 신념이 저변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교를 배재하고 대상을 솔직담백하게 표현하고, 또 그러한 삶을 살았던 김 화백 삶과 예술 세계가 전시를 통해 오롯이 전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