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Ⅱ] 들어가며: 갈릴레오와 AI

김도현 바오로 신부(전 서강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3-01-03 수정일 2023-01-04 발행일 2023-01-08 제 3326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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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문제, 갈릴레오와 AI에 대한 교회 입장 고찰해본다
■ 갈릴레오 사건
과학과 교회 간 대화 증진에
정확한 사건 이해가 필수불가결

■ AI와 교회
AI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고
철학·신학적 견해 적극 활용할 것

찬미 예수님, 김도현 바오로 신부입니다. 저는 지난 한 해 동안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기획을 통해 현 시대에서의 과학과 신앙 간의 관계, 빅뱅 우주론, 진화론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한 해에는 두 가지 주제를 새롭게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갈릴레오 재판 사건’과 ‘AI와 교회’입니다. 한 주제는 400년 전 과거의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룬다면, 또 한 주제는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다룰 것입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갈릴레오 동상. 교회가 앞으로 갈릴레오 재판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밝힐 계획이다.

‘갈릴레오 사건’(the Galileo Affair)은 이탈리아 출신의 위대한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1564~1642)에게 총 두 차례(1616년과 1633년) 가톨릭교회의 ‘검사성성’(Congregatio Sancti Officii seu Inquisitonis·현 교황청 신앙교리부)이 행한 종교 재판 및 공식적인 단죄를 포함한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일컫는 말입니다.

갈릴레오에 관한 두 차례의 종교 재판은 형식상으로는 분명히 종교 재판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갈릴레오의 신앙 문제가 아니라 그의 과학적 발견들과 해석들을 성경 및 신학의 잣대를 들이대어 판단, 단죄한 재판으로 비춰져 왔기 때문에, 이 사건은 갈릴레오 사후에 교회와 과학자 집단 간의 갈등의 씨앗이 되는 ‘첫 번째 중대 사건’으로 현재까지도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사학자들에 의해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연구되어지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현재 활동 중인 가장 저명한 과학사학자 중의 한 명인 로렌스 프린시프(Lawrence M. Principe)는 갈릴레오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과학사를 통틀어서 ‘갈릴레오와 교회’ 보다 신화와 오해가 더 많은 에피소드는 없다. 지성적, 정치적, 개인적 사안들이 한데 뒤엉켜서 발생된 이 이슈는 너무나 복잡해서 아직도 역사학자들은 진실을 밝히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단지 ‘과학 대 종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갈릴레오는 교회 위계구조 안팎에서 지지자와 반대자를 함께 갖고 있었다. 이 문제는 상처받은 자존심, 정치적인 음모, 누가 성경을 해석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들과 얽혀 있었고, 적절치 못한 시기와 장소에서 일어났으며, 교회 내 파벌들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교회사적으로나 과학사적으로 그다지 연구된 바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이 사건의 당사자가 바로 가톨릭교회인 만큼 과학에 대한 가톨릭측의 관점을 확립해 나가고 교회와 과학 간의 대화를 증진해 나가기 위해서 이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국내의 가톨릭교회에서 이 주제에 관해 연구된 것은 제가 쓴 논문(김도현 ‘갈릴레오 사건: 교회와 과학자 집단 간의 갈등의 시발점’, 「신학전망」 201(2018), 119~156)이 현재까지도 유일합니다.

따라서 저는 올해 가톨릭신문을 통해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이 갈릴레오 사건 전반에 대해 연대기적으로 자세한 소개를 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해서 총 14회에 걸쳐 연재를 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사건 안에 담겨있는 주요 쟁점들을 자세히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갈릴레오 사건에 관한 전통적인 견해, 즉 ‘교회가 선량한 한 과학자를 부당하게 박해한 사건’이라는 교회에 부정적인 견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살펴본 다음, 그러한 전통적인 견해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저명한 과학철학자들이 갈릴레오 사건에 대해 분석한 내용들을 소개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교회가 앞으로 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제 나름의 언급을 하고자 합니다.

인간과 AI가 악수하는 가상의 그래픽. AI 시대가 도래함으로 인해 우리 사회와 교회에 끼칠 영향이 어떨지 막연한 상황에서 AI가 무엇인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개인적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AI에 관한 연구가 대유행을 하고 있고, 언론에서는 날마다 AI 시대의 도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 특히 AI로 인해 다양한 직업군이 사라지는 문제에 대해 대서특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는 한마디로 ‘AI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때가 된 것이죠. 그 정도로 AI는 우리 사회에 대단히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 AI 시대가 도래함으로 인해 우리 사회와 교회에 끼칠 영향이 과연 얼마나 크고 심각할 것인지에 대해 서서히 우려 섞인 진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떠한 방식을 통해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막연하게 AI 시대의 도래에 따른 철학적 문제, 사회 변화, 교회 변화를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피상적이고 부정확하면서 필요 이상의 두려움만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작년에 출판된 논문(김도현 ‘AI 시대의 도래와 교회의 미래: AI의 현실에 관한 분석과 교회에 끼칠 영향 진단’, 「신학전망」 216(2022), 79~118)을 바탕으로 가톨릭신문을 통해 총 10회에 걸쳐 다음의 내용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선, AI가 과연 무엇인지 그 정의에 대해 학문적으로 정확한 설명을 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AI의 정확한 정의와 장점을 지면이 허락하는 한 자세히 다루고자 합니다. 이어서, AI가 인간과 비교할 때 갖추지 못한 한계들을 저의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AI의 인식론이나 AI의 윤리학 등 AI의 발전에 따라 발생되는 여러 철학적 주제들에 관해서는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논문과 저서들이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제들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AI가 인간과 비교할 때 확실히 드러나는 한계들을 밝히는 방식을 통해 ‘AI는 결코 인간이 지닌 능력과 동일하거나 유사할 수 없으며, 결코 인간처럼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자 합니다. 바로 이를 위해 저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토마스 아퀴나스라는 교회의 위대한 두 학자의 철학적·신학적 견해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앞으로 우리가 실제로 활용하게 될 AI가 구체적으로 교회 내 어떠한 영역에서 적용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 AI의 활용으로 인해 교회가 어떠한 도전을 받게 될지에 대해 저의 개인적 견해를 밝히고자 합니다. 저의 이러한 접근이 AI 시대의 도래를 접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적절한 대응을 위해 일정 부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전 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