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선종] 추모 현장 이모저모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1-04 수정일 2023-01-04 발행일 2023-01-08 제 3326호 1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전 세계 추모 물결… “사랑 실천한 삶의 궤적 영원히 기억될 것”
성 베드로 대성당에 마련된 빈소와
독일 생가·성당에 추모 발길 이어져 
각국 정상들도 애도 메시지 전해

교구별 분향소 운영·추모 미사 봉헌
신자들 깊이 애도하며 마음 모아 기도 
타종단·정치권에서도 추모 뜻 전해

2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한 신자가 베네딕토16세 전임교황의 영정 앞에서 성수를 뿌리고 있다.

“저의 모든 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저를 받아주실 수 있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2006년 남긴 유언에서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청했다. 그의 유언에 응하듯 전 세계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추모하며 기도했다.

전 세계가 애도

1월 2~5일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에 마련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빈소에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마지막 모습을 만나기 위해 추모객이 끊이지 않았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출생지인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마르크틀 암 인 성당과 지금은 박물관이 된 생가에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당과 생가에 게양된 교황청 깃발 위에는 검은 리본이 걸렸다.

각국 정상들도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믿음과 원칙에 따라 교회를 위해 평생 헌신한 우리 시대 저명한 신학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고,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독일인 교황,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독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특별한 교회 지도자였다”면서 “가톨릭교회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논쟁을 좋아하는 인물이자 훌륭한 신학자였던 그를 전 세계가 잃었다”고 전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대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2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 모셔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시신에 분향하고 있다. CNS

국내에서도 이어진 애도 물결

국내에서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위한 추모의 발걸음이 줄이었다.

서울대교구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1월 1일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전했다.

정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이 재임하셨던 8년은 교회가 내적인 힘을 강화하고 영혼의 힘을 기르는 대피정 같은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현 프란치스코 교황님과는 또 다른 면에서 크나큰 업적을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면서 “우리 시대의 평화의 사도이시고, 영적인 스승이자 지도자이셨던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께서 사랑의 빛으로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 속에서, 주님의 위로와 자비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미사를 마치고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 서울대교구 주교단 및 사제단과 함께 주교좌명동대성당 지하성지성당에 마련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 분향소를 방문했다.

서울대교구는 1~5일 추모객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운영했다. 이 기간 신자들은 분향소가 차려진 지하성지성당에서 1시간 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위해 묵주기도 5단, 복음낭독과 묵상,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기도’, 주모경을 바쳤다.

2일 분향소를 찾아 기도를 바친 임영주(아가타·59·서울 한남동본당)씨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교황님”이라며 “교황님께서 오랜 투병으로 받으신 고통을 기억하고 싶고, 저도 교황님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간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분향소를 방문한 손병선 전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아우구스티노·70·서울 서초동본당)은 “한 해가 저물면서 지상의 큰 별도 함께 지는 아쉬움과 큰 슬픔을 느꼈다”며 “교황님이 행해오신 보편적 가치가 지상 온 누리에 길이길이 전해질 줄 믿는다”고 밝혔다.

서울뿐 아니라 여러 교구들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위한 분향소를 운영했다. 대구대교구 주교좌계산성당과 주교좌범어대성당, 춘천교구 죽림동주교좌성당, 대전교구 주교좌대흥동성당에는 2일부터,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에는 3일부터 분향소가 설치됐고, 5일까지 분향소 방문이 이어졌다. 의정부교구도 3~8일 주교좌의정부성당에 분향소를 운영했다. 또한 전국 모든 교구는 교구민과 함께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1일 (왼쪽부터) 손희송 주교, 정순택 대주교, 염수정 추기경, 구요비 주교가 주교좌명동대성당 지하경당에 마련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교회 밖에서도 추모의 마음 전해

교회 밖에서도 추모의 마음이 전해졌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손진우 성균관장)는 1일 추도문을 발표, “평생 가톨릭의 전통과 사랑을 몸소 실천해온 교황님의 삶의 궤적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교황님이 일생 동안 실천하신 사랑과 평화의 정신은 우리 종교 지도자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일 주한 교황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추모했다. 윤 대통령은 조문록에 “진리와 사랑으로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고(故)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남겼다. 윤 대통령은 앞서 1일 프란치스코 교황 앞으로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추모의 뜻을 전하는 조전을 보내기도 했다. 주한 교황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외교사절들이 방문해 조문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2일 서울대교구 분향소를 방문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줄을 서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입장하고 있다. CNS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