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날 들려온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선종 소식은 전 세계 교회를 애도의 물결로 덮었다. 지난 한 주 한국교회에서도 각 교구는 분향소를 마련하고 미사와 연도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했다. 수원교구의 경우 분향소가 준비된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는 추모 미사에 앞서 3일 동안 본당별 위령미사 및 위령기도가 이어졌다.
‘진리의 협력자’라는 사목 표어처럼 평생 하느님께 근원을 두고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설파한 그의 면모는 선종을 계기로 새로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추모 미사에서 만난 한 신자는 “엄격한 보수주의 교황님으로, 스스로 사임한 전임교황님으로만 인식했었는데 눈을 감으면서도 보여준 하느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겸손은 내 신앙을 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그 말처럼 ‘영적 유언서’와 마지막 유언에서도 느껴지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은 코로나19 팬데믹 현상과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급변하는 세상 흐름 속에서 느슨해진 신앙을 어떻게 곧추세워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는 교회의 진정한 문제가 ‘신자 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 교회의 우선 과제는 세상에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사명에 새롭게 눈뜨는 것임을 역설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신앙생활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방안을 전 교회가 고심하는 시점에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가장 우선으로 여겼던, 그리스도를 확실히 깨닫고 믿음을 선포하는 진리 수호의 모습은 지금 이때 되새겨야 할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