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탐구하고 기쁨 생활화하며 봉사하는 세계시민 양성
배운 내용 삶에서 실천하도록
정규 과정 안에서 특성화 교육
수업도 동아리도 주도적 조직
가난한 이웃 위한 모금 활동도
‘나답게 피어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시민.’ 이 같은 인재 양성을 위해 운영되는 살레시오여자중·고등학교는 핵심 교육 방침으로 ‘3S’를 제시하고 있다. 3S는 요한 보스코 성인이 이야기했던 예방 교육의 핵심 가치 이성·종교·사랑을 현대적인 용어로 바꾼 말로, Study·Smile·Service를 뜻한다. 이러한 교육을 토대로 자신을 알고 나아가 세계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전인적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살레시오여자중·고등학교를 찾았다.
3월 31일 오전, 광주 지산동에 위치한 살레시오여자중·고등학교 담벼락 위에는 활짝 핀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있는 고등학교 본관 건물과 함께 좌측에 중학교 건물, 우측에 대강당 등이 큰 운동장을 둘러 펼쳐져 있다. 학생들은 그네를 타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함께 어울리고 있었고, 그 학생들 얼굴에는 ‘사랑아 빛이 되어라. 젊음아 기쁨 되어라’,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세월과 함께 더 푸르러지는 그대, 나무!’ 등 담벼락에 적힌 문구들처럼 맑고 온유한 미소가 가득 차 있었다.
■ 교정 ‘아욱실리움’
이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교정 ‘아욱실리움’은 도움이신 마리아를 뜻하는 라틴어 ‘Maria Auxilium’에서 비롯한 말이다. 본래 수도회 명칭이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수도회’인 ‘살레시오 수녀회’가 운영하는 곳인 만큼 학교도 성모 마리아의 보호를 받고, 그 교정에서 자란 학생들이 나아가 세상에서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용어다. 초창기 학교 이름 역시 ‘도움이신 마리아 학교’(Auxilium Institute)로, 지금도 그 뜻을 담아 교가에서 아욱실리움이라고 학교를 부르고, 교지·동창회 등에도 아욱실리움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 중학교 ‘3S DAY’
아욱실리움에서는 3S를 토대로 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이 진리를 탐구(Study), 기쁨을 생활화(Smile), 봉사(Service)함으로써 삶에서 스스로를 알고 발견한 정체성으로 사회에 나가 더불어 사는 세계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학교는 교육하고 있다.
특별히 살레시오여자중학교(교장 배금옥 데레사 수녀)는 ‘3S DAY’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하루 동안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외부 강사 등을 초청해 함께 활동하는 전일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가톨릭학교 중 처음으로 살레시오여중은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했다.
학급당 16명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정규 교육 과정 틀 안에서 특성화된 교육을 하고 있다. 이날 중학교 1학년은 그 일환으로 광주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분리배출 활동을 했다. 2학년은 ‘자기 주도적 봉사활동’과 ‘존엄성’을 주제로 각각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인권교육연구소 뚜벅이와 실천 계획을 세웠다. 3학년은 동구인문학당에서 관련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 어떤 봉사를 할지 계획한 2학년 조아란 학생은 “친구들과 아나바다 장터를 열기로 했다”며 “나 혼자가 아닌, 공동으로 같이 사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 고등학교도 ‘3S’
살레시오여자고등학교(교장 남민영 올리바 수녀)도 다양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특히 살레시오여고는 살레시오여중과 같이 매주 월요일 명상의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생태와 평화, 공동체, 관계 등 학생들이 관련 내용을 듣고 묵상하는 시간으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자아 성찰이 중요한 만큼 이 시간은 ‘Study’의 중요 요소다. 학생들은 인격적인 가치를 배양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명상 노트와 매일 감사 노트도 쓰고 있다. 특별히 살레시오여고는 고교학점제 선도 학교로서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듣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기 위한 공간으로 학교를 구성했다. 동아리도 주체적으로 학생들이 조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Smile’을 위해서는 매년 중학교와 함께 전교생이 ‘빛의 행렬’을 하고 있다. 자신을 태워 세상에 빛을 내는 촛불처럼 살레시안도 세상 속 빛이 된다는 의미의 이 행렬은 1970년대부터 해마다 성모성월인 5월에 이뤄지고 있다. 졸업생들도 함께하는 잔치로, 학생들의 기쁨을 위해 행렬이 이뤄지는 날엔 합창제도 진행된다.
살레시오여고는 학생들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도록 ‘Service’에도 힘쓰고 있다. 살레시오여중과 함께 매년 가장 도움이 필요한 나라, 이웃을 위해 먹거리 만들어 판매하기 등으로 수익금을 모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난민들을 도울 예정이다. 학교는 이 같은 가치를 수업에서도 전한다. 2학년 ‘생활과 인성’ 담당 고유미(마르가리타) 수녀는 “자연의 위기 등을 보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질문하고 고민했다”며 “우리가 펼치는 ‘희망의 날갯짓’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얘기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세계시민으로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 나를 사랑하고 세계에서 더불어 살아가도록
청소년·청년교육을 주요 사도직으로 펼치는 살레시오 수녀회가 운영하는 만큼 학교에서는 교육자들이 많이 배출됐다. 빛과 소금이 되는 살레시안들을 길러 내기 위해 학교에서는 3S 교육을 토대로 한 개개인의 고유성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남민영 수녀는 “하느님이 나에게 심어 주신 고유성은 무엇인지, 자신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이 교육 안에서 이뤄지면 좋겠다”며 “이런 나의 모습으로 세상 속에서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 학생들이 깨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살레시안 교육을 통해 자신을 더 내어 놓고 나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양성하고 싶고, 이를 위해 교사들과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남 수녀는 “시대의 아픔에 함께할 줄 알고 변화하는 리더, 연대하고 행동하는 리더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답게 피어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시민’ 양성을 위해 앞으로도 교육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배금옥 수녀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자기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고, 이게 돼야 어딘가에 나누고 봉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배 수녀는 학생들이 충분히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눈 맞추며 등교 인사 등을 하고 있고, 그렇게 사랑을 느낀 학생들은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갖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암환자를 위한 모발기증 운동’ 등이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 배 수녀는 “아이들이 일상 안에서 사랑받는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해서 개별 동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