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시대정신에 따라 마리아 닮은 전인적 인재 육성
건전한 시민의식 함양 돕고자
사회 이슈로 ‘메멘토의 날’ 진행
독서와 인문학 프로그램도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목포마리아회고등학교(교장 조문환 루도비코 신부)는 이 같은 성모 마리아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마리아회(총장 앙드레 조셉 페티스 신부)가 설립했다. 1960년 당시 광주대교구장 현 하롤드 대주교는 시급한 교육 사목을 위해 ‘마리아니스트’를 초청했다. 3명의 마리아니스트가 한국에 진출해 광주 소신학교 운영에 참여하며 신학생 교육에 노력했다. 마리아회는 1966년 11월 목포에 학교법인을 세우면서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교육 사도직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쳤다. 오늘도 마리아니스트를 양성하고 있는 목포마리아회고등학교 교육 정신과 방향을 알아본다.
■ 굳센 믿음과 슬기로운 실천
‘굳센 믿음’과 ‘슬기로운 실천.’ 이를 교훈으로 운영되는 목포마리아회고등학교는 ‘마리아니스트’ 영성과 교육 특성을 토대로 교육한다. ‘마리아니스트’는 마리아회를 창립한 복자 윌리엄 요셉 샤미나드 신부(1761~1850)의 영성에 따라 사는 모든 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샤미나드 신부는 ‘마리아의 이름으로, 마리아를 통하여,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영광 받으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정신을 본받아 마리아니스트는 ‘마리아의 선교사’로, 마리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 덕행을 닮고, 그리스도와 일치해 마리아의 사명에 능동·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삶을 산다. 이들은 마리아의 믿음과 겸손, 단순성, 환대의 정신을 살아간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도 굳센 믿음과 슬기로운 실천을 행하는 마리아를 통한 그리스도를 닮은 전인적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메멘토의 날
이러한 교육 정신을 실제화하기 위해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 특색있는 활동을 실시한다. 그중 ‘메멘토의 날’은 학교가 전교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행사로, 학생들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UCC 제작 등의 활동을 펼친다. 지역 사회 공동체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중요한 교육 정신으로 삼고 있는 학교는 학생들이 올바른 시민의식으로 건전한 사고를 함양,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이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해 4월 18일에도 집단 따돌림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 등 여러 사안을 살펴보고, 특별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도 문구를 적어 노란 리본을 학교 담장에 묶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당일이나 그 전후로 지내는 ‘메멘토의 날’은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memento)하며 다시는 같은 사건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다. 지난해 5월 6일에는 후속 작업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도 묵념과 함께 커다란 노란 리본 조형물을 제작해 제막 행사를 열기도 했다. 오는 4월 17일에도 학생들은 10·29참사 희생자 등을 기억하는 메멘토의 날을 보낼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교는 학생들이 참다운 인간으로 성숙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며, 인성을 바탕으로 삶을 살 수 있도록 매주 화요일 오전 ‘명상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주 목요일 오전 고민 상담 등으로 학생들 소통을 돕는 ‘내 마음이 들리니’ 방송을 진행했다. 올해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 역사·독서·토론 교육
학교는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춘 글로벌 시대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역사 바로 알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메멘토의 날’ 뿐 아니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추모 행사와 ‘올바른 역사 인식의 날’ 등으로 학교는 학생들이 독립운동 등의 의의와 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실천한 인물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학교는 학생들이 시대적 징표를 읽고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는 마리아 말씀대로 그리스도 정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마련했다. ‘5·18 우리 역사 바로 알기’ 시간에 학생들은 5·18 진행 과정과 역사적 의의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다. 독립운동을 펼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회영 선생 등 여섯 형제 조각상 제작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은 벼룩시장을 열었다. ‘제4회 올바른 역사 인식의 날’에는 독도를 기억하고 이를 지켜 내기로 약속하면서 태극기에 손도장을 찍기도 했다. 학생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균형 잡힌 시각, 포용·공감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교는 ‘슬기로운 인문학’, ‘아침 30분 책 읽기’ 등도 시행하고 있다.
■ 가족 정신 안에서 사랑·기도·봉사
무엇보다 학교는 마리아니스트 특징인 가족 정신을 강조한다. 신앙생활의 모범이신 마리아를 본받고 서로 사랑, 기도, 봉사하도록 학교에서는 지난해 5월 성모 성월과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마리아께 장미꽃을 바쳤다. 학생들은 편지를 낭독하고 ‘어머님 은혜’ 노래를 부르며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21일 ‘마리아 힐링 콘서트’에서는 학생·학부모·교직원들이 함께 소통하고,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고민, 미래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는 등 서로 위로, 응원했다.
이처럼 마리아니스트 정신을 전하기 위해 학교는 ‘C.I.M.I’도 운영하고 있다. ‘마리아니스트 정체성 강화를 위한 공동체’(Community for Increasing Marianist Identity) 약자인 ‘C.I.M.I’는 교장 조문환 신부를 포함해 천주교·개신교·무교 등 교직원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마리아니스트 교육 특성을 학습하고, 정체성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 이들은 교육 철학에 맞춰 학생들이 마리아께서 보여 주신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의 삶을 사는 이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메멘토의 날 등 계획을 수립·평가하고, 샤미나드 교육 철학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샤미나드 수도원 방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조문환 신부는 “가톨릭 교육 정신을 바탕으로 복음화를 실천하며 학생들을 도의적이고 창의적인 민주 시민으로 육성하는 것을 교육 지표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교육을 이어 가겠다고 했다.
교목실장 최광규(시몬) 신부는 “그리스도적인 가치관을 심어 주고, 학생들이 마리아처럼 사랑과 믿음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과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