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늘고,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우리사회에서 연명의료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란 점에서는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을 ‘죽을 권리’를 획득한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흐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선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임종에 임박하거나 위급한 상황과 맞닥뜨리기 전, 미리미리 연명의료에 관해 충분히 듣고 의료진 및 가족과 대화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립연명의료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 제도를 처음 시작할 때 본인이 직접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비율, 이른바 자기결정 존중 비율은 32.5%였다. 2022년에도 41.9%에 머물렀다. 이러한 자기결정 사례 중에서도 사전에 연명의료에 관한 의향을 밝혀둔 비율은 2018년 0.8%, 2022년 10.6%에 불과했다. 반면 환자가족진술서와 친권자 및 환자가족의사확인서 비율은 2018년 67.5%, 2022년 58.1%를 차지했다. 게다가 2019~2022년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이들 중 83%가 실행 당일 계획서에 서명하거나 가족 진술과 합의 등을 근거로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이른바 ‘벼락치기’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의학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동시에 우리는 어떤 의료행위를 언제,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 적절히 판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본당 사목현장 등에서도 연명의료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존귀한 생명을 위한 전인적 돌봄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