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아시아교회 방향 제시하는 FABC 50주년 총회 「방콕 문서」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3-05-01 수정일 2023-05-02 발행일 2023-05-07 제 334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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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넘어 서로 연대하며 시대 징표 해석해야
다민족·다종교 상황 속 아시아교회
격차 해소 노력과 연대 필요성 확인

다민족, 다종교 사회인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서는 시노달리타스 정신 아래 연대하고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아시아교회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관련기사 8면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는 지난해 10월 태국 방콕대교구 반푸완 사목센터에서 개최한 50주년 총회 논의 결과를 모은 「방콕 문서」(Bangkok Document) ‘아시아 민족으로서 함께 여행하기, 그리고 그들은 서로 다른 길로 갔다’(Journeying Together As Peoples Of Asia… And They Went A Different Way)를 발표했다.

「방콕 문서」는 FABC 50주년 총회가 끝난 뒤 검토와 수정 과정을 거쳐 FABC 중앙위원회가 3월 3일 최종 승인했고 최근 원문이 공개됐다. 본문은 ▲함께하는 여정(Journeying Together) ▲바라보기(Looking) ▲식별하기(Discerning) ▲재능 나누기(Offering Our Gifts) ▲새로운 길 따르기(Following New Pathways) 등 5개 장으로 구성돼 있고, 서문을 포함해 영문 45쪽 분량이다.

「방콕 문서」의 기본 틀은 마태오복음 2장에 나오는 동방박사들(Magi)이 걸었던 여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방인’인 동방박사들이 별의 안내에 따라 예수님을 경배하러 함께 여정에 나섰던 것처럼 아시아교회도 오늘날 시대의 징표를 해석하면서 하느님의 별(Star of God)을 따라 FABC 50주년 총회를 개최했고 「방콕 문서」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FABC는 「방콕 문서」에서 동방박사들이 이방인인 것과 같이 아시아교회도 필리핀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는 ‘소수자’이자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교회가 아시아의 평화, 정의 등 공통된 요청에 부응할 때 아시아 대륙이 현재보다 인간의 존엄과 권리가 보다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방콕 문서」가 아시아교회에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특히 강조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하면 아시아 각국 교회가 처해 있는 현실이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어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당면한 현실과 과제를 개선하거나 수행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방콕 문서」는 아시아교회가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고유한 문화에 기반한 복음 선포, 선포에서 스토리텔링으로의 변화, 대화에서 시작하면서 일치와 참여를 지향하는 시노달리타스 정신 등을 꼽았다.

「방콕 문서」 작성에 참여한 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토마스) 신부는 “서로 다른 사목 환경에 처해 있는 아시아 각국 주교단과 사제단, 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방콕 문서」를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방콕 문서」를 작성해 가는 과정이 아시아교회들 간에 놓여 있는 ‘갭’(Gap)을 인식하고 그 격차를 줄여가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신부는 “아시아 나라별로 교회 현실이 크게 달라 모든 나라의 관심사를 전부 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FABC 50주년 총회 개최와 「방콕 문서」 발표를 통해 시노달리타스 정신과 아시아교회 간 연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