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토마시 할리크 몬시뇰이 5월 1~5일 방한 기간 동안 한국교회와 신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고난의 시대 우리에게 많은 지혜를 던져주고 있다. ‘위기의 시대, 신앙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네 차례의 강연을 통해 할리크 몬시뇰은 성장과 팽창이 아닌, 영적 성숙을 강조했다.
주제가 시사하듯, 오늘날 우리 시대는 다양한 위기의 국면을 겪고 있다. 그는 우리 시대를 저물어가는 오후의 문턱이라고 자신의 저서 「그리스도교의 오후」에서 말한다. 교회 제도와 신학, 교리의 구조와 토대를 세워 온 ‘오전’은 이를 뒤흔든 ‘정오’를 지나, 겸손하게 자기를 돌아보고 영적 성숙을 꾀해야 하는 ‘오후’로 이어진다. 시대의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징된다. 우리 세계는 감염병으로 병든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우리 문명 전체가 병들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그는 시대의 징표로서 ‘병든 세계’를 짚었다. 세계가 감염증에서 간신히 벗어나기 시작했지만, 병의 징후는 그것만이 아니었기에 여전히 세계는 치유를 필요로 한다. 당연하게도 할리크 몬시뇰은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대한 처방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상처, 교회와 하느님 백성, 세상의 상처에서 구세주를 만나기를 권고했다. 위기의 시대를 상징하는 텅빈 교회, 닫힌 교회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를 만나는데서부터 나아가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위기 극복의 실마리는 교세 감소에 대한 대책, 이전의 호황을 되찾으려는 망상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의 종교와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에서 비로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전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