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스승의 날에 만난 사람] 교리교사 35년 근속한 인천교구 송림동본당 백남희씨

박주헌 기자
입력일 2023-05-09 수정일 2023-05-09 발행일 2023-05-14 제 334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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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다는 선명한 기억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요”
 딸도 교리교사로 8년째 봉사 중
“남 위해 베풀면 그 이상 돌아와”

“제가 사람들을 섬기고자 삶의 일부를 내놓으면 하느님께선 그보다 많은 사랑으로 채워주셨어요. 그 사랑에 힘입어 저 또한 35년 넘도록 교리교사로서 더욱 헌신하는 이 삶이 지금도 기쁘고 설렌답니다.”

백남희(마르가리타·58·인천교구 송림동본당)씨가 1989년부터 송림동본당 교리교사를 계속해온 힘은 이렇듯 그분의 일을 하면 그 이상을 돌려주시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에서 나온다. 5남매 중 맏이인 백씨의 믿음을 닮아 넷째·다섯째 동생도 지금껏 본당 교리교사로 함께하고 있다. 어머니처럼 교리교사를 꿈꾸던 딸도 8년 차 본당 교리교사다.

백씨는 신부, 수녀가 된 둘째·셋째 동생처럼 처음엔 아버지 소원대로 수녀원 입회를 꿈꿔 교리교사를 시작했다. 수녀가 되려면 본당 일부터 잘 알아야 한다는 본당 수녀의 조언을 듣고서다.

“사제가 되려던 아버지는 건강 때문에 신학교를 그만두셨어요. 결혼해 저희 5남매를 낳으시고는 모두 신부와 수녀로 하느님께 바치길 원하셨어요. 처음엔 싫었지만, 봉사하는 삶은 저 또한 기쁨을 느끼는 삶이기에 수녀님 권유대로 교리교사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른 활동도 있지만 백씨가 교리교사를 선택한 건, 아이들은 백씨가 베푼 사랑 이상의 기쁨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수업을 따라오며 웃고 재잘재잘 반응하는 아이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백씨가 아이들을 위해 떼어준 시간보다 훨씬 큰 기쁨이 된다는 것이다.

백씨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을 심어주는 것이 신앙 선생님으로서의 목표”라고 밝혔다. 백씨가 사랑받은 기억으로 35년간 자기 시간을 바쳐 아이들을 사랑하는 삶을 살듯, 아이들도 그 기억으로 받은 사랑 이상으로 남을 섬기는 삶을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홍역으로 학교도 성당도 한참 나가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성당에 가라고 해서 싫지만 억지로 갔는데,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선생님이 절 꼭 안아주며 반기셨어요. 제가 사랑받고 있음을 뜨겁게 느낀 이 체험을 아이들도 느끼고 사랑이 많은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교사들끼리 화합이 안 되고 진심이 오해받을 때는 교리교사를 그만둘 땐가 싶기도 했다. 어린 교사들을 챙겨주고자 일을 맡기면 그들은 백씨가 자기들을 일부러 힘들게 만든다고 원망한 것이다.

하지만 백씨는 더 많이 베풀고 사랑할 줄 아는 신앙으로 이를 이겨냈다. 자기보다 상대방 자리에서 이해해주고 소통하는 태도로 주일학교 식구들이 다 같이 행복하길 꿈꾸는 더 큰 사랑의 경지로 나아간 것이다.

“하느님 사전에 공짜란 없다”는 백씨. 그는 어떤 작은 신앙 실천이든 내 삶을 남을 위해 내어놓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하느님께서 그 이상을 돌려주신다는 확신이 차오르고 그로써 우리도 더 큰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느님 안에 머물며 그분을 굳게 믿으세요. 세상의 것들이 아닌 하느님을 위해 바친 시간은 반드시 그 이상으로 돌려받습니다. 제가 하느님의 일을 한다면 그만큼 절 채워주시는 하느님을 믿으며 앞으로도 교리교사로서 더 큰 사랑을 베풀고 싶어요.”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