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이모저모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3-05-16 수정일 2023-05-16 발행일 2023-05-21 제 334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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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글귀로 전한 삶의 희망, 복음 증거의 큰 열매 맺길
언어와 현실 삶의 일치 통해
교회 가르침 널리 전하길 당부
“수도자 정식 출발했던 날에
 본상 받게 돼 더 큰 의미”
“신뢰와 격려로 주신 신인상
 힘들었던 내게 큰 힘이 돼”

5월 11일 오후 4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6층에서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이하 가톨릭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꽃잎 한 장처럼」으로 본상을, 이주란 작가가 「수면아래」로 신인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50년 가까이 위로와 축복과 치유의 문학으로 종교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이해인 수녀를 축하하고, 첫 장편 소설로 신인상을 받는 이주란 작가에게 격려를 보내는 교회 내외 인사들과 가족·지인들로 성황을 이뤘다.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현장의 이모저모를 담아본다.

이해인 수녀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주란 작가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고(故) 구상(요한 세례자) 시인이 생전에 문인들에게 남겼던 당부를 인용하며 격려의 말을 남겼다. ‘언어로 작업하는 이들은 자기 언어와 같은 무게의 진실이 담긴 삶을 사는지를 늘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 시인 말을 전한 조 대주교는 “이런 언어와 삶의 일치는 문인들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신앙인들의 선포가 힘을 갖기 위해서는 선포하는 이의 삶이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가톨릭신문사 사장 김문상(디오니시오) 신부는 인사말에 앞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마스크를 벗고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열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상작을 언급하며 “두 작품 모두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우리 교회의 가르침을 알려주는 수작”이라고 말한 김 신부는 “가톨릭신문사는 앞으로도 한국가톨릭문학상을 통해 이 세상에 복음을 기쁨을 널리 전하는 데 힘쓸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 이원덕 우리은행 은행장 축사를 대독한 이석태 우리은행 부문장은 “이해인 수녀님 작품은 오랜 장마 끝에 찾아오는 햇빛의 고요함과 향기를 찾고, 이주란 작가님 작품에서는 침잠했던 슬픔을 서로 어루만지며 위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처럼 가톨릭 문인들 작품들이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계속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상식 본상 상금에 1000만 원을 증액 지원하며 한국가톨릭문학상 후원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5월 11일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중 이주란 작가, 이해인 수녀, 조환길 대주교, 이석태 부문장(맨 앞줄 왼쪽부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시작기도를 바치고 있다. 사진 이승훈 기자

◎… 이날 특별히 구중서(베네딕토) 문학평론가는 제26회를 맞이한 한국가톨릭문학상을 기념하는 인사말을 했다. ‘가톨릭문학상과 문학의 사명’ 제목의 말을 통해 구중서 평론가는 “근래 한국 문단 경향이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영향도 받으면서 감각적 말초화의 허무와 유령의 배회에 휩싸이는 듯한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이번 가톨릭문학상 수상작들이 가브리엘 마르셀이 말한 살아있는 근원들을 만나게 하는 보람을 준다”고 말했다.

◎… “오를 때는 몰랐는데/내려와 올려다보면/퍽도 높은 산을 내가 넘었구나~” 이해인 수녀는 44년 전에 쓴 시 ‘나를 부르는 당신’ 낭송으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돌아가신 피천득 선생님이 떠올랐다”는 이 수녀는 “피 선생님은 댁을 방문하면 늘 밀크 홍차를 타 주시며 ‘생전에 수녀님이 큰 상 한번 받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이런저런 몇 번의 상을 받았지만, 수녀로서 받는 가톨릭문학상이야말로 생애 가장 큰 상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단상 오른쪽)가 본상 수상 후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 후 이해인 수녀(오른쪽)와 이주란 작가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해인 수녀에게 올해는 수도 서원을 한 지 55주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선보인 지 47주년이 되는 해다. 특별히 시상식이 열린 5월 11일은 수련 착복을 한 날이기도 하다. 이 수녀는 “가톨릭문학상을 받는 바로 오늘은 개인적으로 수도자의 정식 출발을 했던 날이라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 비신자인 신인상 수상자 이주란 작가는 소감에서 “장편 소설을 처음 썼고 정말 힘들고 너무 어려웠는데, 이렇게 신뢰와 격려로 주시는 상을 받아 너무 더 힘이 나서 받아도 되는 상인가 싶었다”며 “중간에 10번 정도 포기하고 싶었는데 노트북 속에 남아있어서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지며 이 자리에 서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서른 살이 된 이후부터 주거래 은행으로 거래한 우리은행에 감사드리며, 그래서 당당히 이 자리에서 상을 탈 수 있다는 그런 기분이 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 이번 시상식에는 가톨릭문학상 역사 이래 처음으로 축가 순서가 마련됐다. 생활성가 그룹 ‘듀오 메타노이아’의 김정식(로제)와 송봉섭(요한)씨는 이해인 수녀 시에 김씨가 곡을 붙인 ‘바다의 노래’ 등 두 곡을 불러 시상식장을 북콘서트 같은, 한결 밝고 부드러운 장면으로 이끌었다.

생활성가 그룹 ‘듀오 메타 노이아’ 김정식(왼쪽)씨와 송봉섭씨가 축가를 부르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