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척 아는 척 거룩한 척… 무엇을 숨기고 싶나요?
아이 같은 면 많은 사람 마음
감정 표현 못하고 자랐다면
남의 눈 신경쓰며 위선적 행동
■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하느님께 보이라는 말씀이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런데 말씀처럼 겸손하게 살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위선자처럼 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이것은 주님께서 당대의 바리사이들을 겨냥해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척하지 말아라”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런 척, 하는 척, 잘난 척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 마음이 공허해서입니다. 충분한 지지와 인정을 받지 못한 인정결핍증이란 병에 걸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할 때 척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들통이 난다 할지라도 순간의 기쁨을 맛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 자신 안의 어두운 부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부분이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과도하게 척하는 행동을 합니다. 집안에서 난장을 치는 사람이 밖에서 우아한 척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자신 안의 어두움이 강할수록, 자신 안에 자신이 미워하는 것들과 열등감이 강할수록, 그 어두움을 감추기 위한 노력은 필사적입니다.
세 번째는 현실적인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적인 자아만을 추구할 때 척하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뱁새가 황새를 흉내 내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를 보이면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갑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 안에서 넘쳐 나오려는 어두운 에너지를 누르느라 신경증이란 병에 걸리고 맙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리 어른스럽지 않습니다. 아이 같은 면이 더 많은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 마음은 부모와의 관계에 의해서 건강성 여부가 결정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아이의 감정표현을 잘 받아주고 부드러운 피드백을 주셨다면 아이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러나 자기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거나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랐다면 자신의 감정보다 남의 이목을 더 생각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삶은 어른이 돼서도 달라지지 않아서 병적인 콤플렉스가 돼 버립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기도를 할 때에도 정직하게 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인간적인 기도를 해야 합니다.
자신 안의 가장 보기 좋은 것부터 가장 보기 싫은 것까지 다 경험하고 표현해줘야 주눅 들거나 남의 눈치 보거나 있는 척 아는 척 거룩한 척 하는 병적인 언행을 교정할 수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공생활 동안에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셨습니다. 늘 정직하게 표현하시고 바리사이들의 자기은폐·자기미화적 태도를 비판하셨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 콤플렉스는 마치 가라지 같아서 쉽사리 뿌리가 뽑히질 않고 우리 교회 안 곳곳에서 여전히 자라나면서 교회와 신자들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주님 말씀의 씨앗이 더 뿌려져야할 시기입니다.
■ 마태 6,16-18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