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팬데믹 이후, 여전히 지구는 울부짖는다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5-16 수정일 2023-05-16 발행일 2023-05-21 제 334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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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탄소중립 노력 무색하게… 멈출 줄 모르는 온실가스 배출

지난 4월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 직접 적은 피켓을 들고 참가한 어린이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출현으로 지구 변화에 대해 생각했던 지난 3년.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3년4개월 만인 5월 11일,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선언했다.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지구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고, 설악산 자연환경을 해치는 케이블카 설치는 조건부 동의를 결정했다. 바다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도 논의되고 있다.

치명적인 과오를 잊은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기회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한 ‘찬미받으소서 주간’이 4주년을 맞은 2023년, 우리는 당장 행동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선언 미사에서 교구장 김종수 주교가 신자들이 봉헌한 「7년여정하다」 자료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한국교회 탄소중립 여정

교육과 에너지 전환 노력 계속

매년 ‘찬미받으소서 주간’ 기념

기후위기 극복 절실함 되새겨

■ “지금 당장 나서야 합니다”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2020년 5월 24일부터 1년간을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했다.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행동이 당장 실행돼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교회는 이 특별 주년을 마무리하면서 전 인류가 생태적 회심을 통해 ‘공동의 집’을 보호할 것을 다짐하는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지냈다. 이후 매년 5월 한 주간을 정해 창조질서 보전을 위해 집중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교회도 2020년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고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기후위기 선포 거리행진을 하고 기도자료를 배포하며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러한 노력은 각 교구의 실질적인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수원교구는 2021년 9월, 한국교회에서 가장 먼저 탄소중립을 선포했다. 수원교구는 2030년까지 교구와 본당의 사용 전력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춘천교구도 같은 해 12월, 2022년 사목교서를 통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각 본당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생태환경 실천에 나설 것을 밝혔다.

대전교구는 지난해 9월 26일 2040 탄소중립 선언미사를 봉헌하고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이 2030년까지는 전기에너지 자립을, 204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대전교구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각 본당과 가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이하 한국평단협)도 교회의 탄소중립 여정에 동행했다. 한국평단협은 지난해 12월부터 각 본당 탄소배출량을 측정해 목록화하는 탄소중립 인벤토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탄소중립 아카데미를 통해 생태환경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원교구 산북성당 교육관 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속불가능한 개발 지속

석탄발전소 건설 이어지고

제주 제2공항 등 건설 결정

코로나19 위기의식 무뎌져

■ 지구는 왜 울부짖는가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가 선포된 이후 교회 안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이어졌지만, 교회 밖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생태환경을 위해 반대했던 일들이,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계속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 건설은 계속되고 있고, 탈석탄법 제정으로 가는 길도 안갯속이다. 제주 제2공항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는 조건부 동의로 결론나면서 사실상 진행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됐던 2020년 5월,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시작하며 가톨릭기후행동은 홈페이지를 통해 “찬미받으소서 주간은 팬데믹이 지나가고 난 후 세상을 재정비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지금의 위기는 코로나19가 지나간 후의 세상은 지속가능하고 공정하게 될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치료법이 없는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간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지만, 코로나19 피해가 일상화되면서 두려움과 위기의식은 점점 무뎌졌다. 팬데믹을 경험하며 생태환경에 관한 우리 의식이 재정비될 거란 기대는 희망에 불과했다.

21~28일 찬미받으소서 주간

서울과 삼척서 순례하며 기도

7년 여정 나눔 간담회 진행

전국에서 동시 금요기후행동

팬데믹 종식이 선언된 2023년, 「찬미받으소서」 메시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팬데믹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로만칼라를 한 신부와 수녀복을 입은 수녀, 묵주를 든 평신도들이 거리로 나와 피조물을 위해 기도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기후행동은 5월 21~28일 찬미받으소서 주간 동안 희망을 찾기 위한 여정을 마련한다.

21일 서울 교보사거리에서 용산까지 이어지는 생명평화 순례를 한 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오후 4시 개막미사를 봉헌한다.

22일에는 「찬미받으소서」 회칙에 머무르는 행동을 각자 실행하며, 23~24일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삼척으로 떠나 아픈 삼척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는지 기도하고 논의한다.

25일에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나눔 간담회, 26일에는 금요기후행동이 서울, 천안, 제주 등 전국에서 열린다. 27일 찬미받으소서 온라인 기도회를 개최한 뒤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 2시에는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폐막미사를 거행한다.

2023 찬미받으소서 주간 참여는 온라인(https://forms.gle/5D2vionPke6j2zuU9)을 통해서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위원회(위원장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도 2023년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맞아 말씀과 찬양을 통해 생명과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26일 오후 2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6층 성당에서 열리는 기도회는 ‘숨 쉬는 것 모두 주님을 찬양하여라. 할렐루야!’(시편 150,6)를 주제로, 기도를 통해 피조물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신청은 전화(010-7297-6831)와 이메일(jhaloysio@gmail.com)을 통해 가능하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