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빛·소금으로 ‘복자화’되는 학생들
점심시간이 한창인 12시10분, 복자여중·고 교문 초입 성모상 앞에 모인 스무 명가량의 학생들이 서 있다. 손에는 묵주와 기도서가 들려 있다. 5월 한 달간 점심시간에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학생들. 친구와 놀거나 쉬고 싶을 법한데, 성모송을 바치는 아이들의 눈빛은 기쁨으로 가득하다.
복자여중·고 학생들은 주님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8시30분부터 5분간 함께 기도하고 명상하는 시간을 보낸다. 선생님과 부모님이 쓴 편지, 학생 작가단이 쓴 따뜻한 일상 이야기, 생태환경 이야기 등 매일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듣고 묵상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에 5분,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돌아보는 찰나의 순간이 모여 내면을 단단히 다지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전홍미양은 “아침마다 차분하게 눈을 감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니 공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나 예민함이 줄어들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복자여고 3학년 원소연(로사리아)양은 “학교에서 4월에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면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고 5월에는 묵주기도를 1단씩 바친다”라며 “분주한 하루 속에서 친구들, 수녀님과 같이 기도를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니 오후 시간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복자여중·고에서는 ‘복자화(化)’라는 말이 흔하게 쓰인다. 입학할 때 다소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던 학생들도 3학년이 되면 차분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갖춘다는 것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상심한 학생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 너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교사가 있는 학교.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는 복자여중·고의 교육은 아이들이 참된 사람, 사랑이 많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곽정아 수녀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여러 지식과 경험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생들이 학교에서 사랑의 가치를 배우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참된 사람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