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기술에 대한 교회 가르침
교회는 오래전부터 핵기술의 심각성을 피력해왔다. 주교회의는 2013년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을 펴내고 핵기술 반대를 공식 천명했다. 2019년 10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이었던 강우일(베드로) 주교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전 세계인들에게 드러내 보여 준 핵발전소의 문제는 우선 천재지변이든 인재가 되었든 핵발전소의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방사능 문제는 인간의 능력 범위 밖이라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잘 통제되고 있다면서 오염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역설적이게도 핵발전소의 문제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시어, ‘살려면 생명을 선택’(신명 30,19)하라고 요구하셨다”며 “우리 사회는 경제 가치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핵에너지, 핵폐기물, 핵무기 등 핵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화와 투명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 나온 ‘심각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환경 피해의 우려가 있을 경우, 과학적으로 완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핑계로 환경 악화 방지를 위한, 비용 효율이 높은 조치의 실행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예방 원칙은 스스로를 방어하고 명백한 증거들을 모으는 능력에 한계가 있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정보를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피해가 예측된다면 명백한 증거가 없어도 모든 관련 계획은 중단되거나 수정돼야 한다”(186항)고 강조했다.
핵 오염수 방류를 비롯한 핵 문제를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쏠리는 불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김준한(빈첸시오) 신부는 2021년 9월 3일 열린 제7회 한일탈핵평화순례 및 간담회에서 “핵발전의 피해가 그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만으로 더 고통을 받는 핵으로부터 가난한 사람의 문제가 가려질 수는 없다”라며 “악의 실체는 그 악으로부터 고통을 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만이 그 생생한 진상을 제대로 관찰, 판단,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