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칼럼에 쓰고 싶은 내용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성당을 배경으로 했던 달달하고 아름다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가 아닙니다. 슬프고도 참혹한 현실 ‘냉전(Cold War)과 열전(Hot War) 사이’입니다.
‘냉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까지 미국과 소련이라고 하는 두 강대국과 그 동맹국 사이에서 벌어졌던 갈등의 시기를 말합니다. 최근의 국제관계에 대해 과거의 냉전시기로 복귀한 ‘신냉전’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과거와 달리 동맹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맞춰 이합집산을 하고 있어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군사안보 분야에까지 강대국과 그 동맹국을 중심으로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과거 역사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냉전’이라는 표현에 맞게 강대국들은 말 그대로 ‘냉전’이었습니다.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없이 무기개발, 핵실험, 인공위성, 우주개발, 첩보전쟁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과 갈등을 벌였습니다. 그러면 동맹국들은 어떠했을까요. 강대국들이 ‘냉전’을 벌이는 동안 주요 동맹국들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열전’이 있었습니다. 강대국들이 벌이지 못한 직접적이고 군사적인 충돌은 동맹국들에게서 일어났고 결국 전투장소를 의미하는 ‘전장’(戰場)이 돼 버렸습니다.
그 대리전이 한반도에서의 6·25전쟁과 동남아시아에서의 베트남전쟁, 그리고 중동에서의 아랍-이스라엘 전쟁 등이었습니다.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나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러한 ‘열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6월에 우리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인 6월 25일에 맞춰 전쟁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나 올해는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인 정전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3년 1개월 2일이라는 참혹한 전쟁이 멈췄지만 완전한 종전에 이르지 못한 채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린 부끄러운 해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전협정이 조인된 후 3개월 내에 각기 대표를 파견하여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을 열기로 했던 정전협정 제4조 60항의 결정도 색이 바란 지 오래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70년간 여전히 ‘열전’이었습니다. 이 순간 우리 아이들이 현실 속에서 전쟁이 아닌 오락 게임 속에서 전쟁을 마주하고 있음에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