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두 번째 기일이다. 각자 나눠서 준비해 온 음식을 제사상에 올린다. 금세 제사가 끝나고 우리는 옥상으로 올라가 삼겹살을 구워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는다. “하하, 호호”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서로 일상을 나누며 즐거워한다.
“와, 노을 좀 봐~ 너무 예쁘다.”
분홍빛으로 물든 저녁 하늘을 바라보니, 부모님이 더 그리워진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심했던 시기, 시부모님께서 연이어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자식들의 극진한 보살핌과 간절함을 뒤로 하고 어머님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갑작스럽게 닥친 슬픔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본인도 힘드셨을 텐데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 주시는 아버님! 그 뒤로 딱 일 년 후에 아버님께서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오늘도 가족들은 아버님이 남기신 ‘나의 인생기’를 화제 삼아 아버님을 추억한다. 아버님은 죽음을 준비하시면서, 본인의 인생을 쭉 정돈하시고 손수 기록해 놓으셨다. 어린 시절, 학생 시절, 직장 생활, 결혼 생활 등 아버님의 삶의 흔적이 회고돼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태어났다가 다시 모두 자연으로 돌아간다. 나도 이 자연의 대 법칙에 따라가는 것뿐이다”라며 시작되는 아버님의 인생기는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됐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신자는 아니셨지만 평생을 소박하고 정직하게 살아오신 아버님의 삶이 생생히 전해진다. 아버님의 삶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삶을 살아온 그 자체로 소중하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 인생 또한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삶은 없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하루가 하느님의 소중한 선물임을 느낀다.
가족들은 어머님, 아버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한바탕 웃고 울고, 한참을 이야기한다. 신기하게도 죽음이 더 이상 슬픔이 아니라 사랑이 됐음을 느낀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지만 그 안에서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으로 이끌고 계신다.
이제는 부모님을 직접 만나 뵐 수 없는 것에 맘 아프고 슬프지만, 우리가 부모님 사랑을 떠올리며 기억하는 한 우리들 안에 함께하고 계심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