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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6) 개, 돼지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3-06-27 수정일 2023-06-27 발행일 2023-07-02 제 335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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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일은…
주님이 개·돼지로 칭한 건
타인을 착취 대상으로 본 이들
히틀러 등 독재자들이 대표적

사람을 착취 대상으로 본 이들이 역사에 남긴 상흔은 깊다. 혐오감을 조장해, 학살을 하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게 했던 히틀러 등의 독재자들은 타인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았다. 사진은 2016년 7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해 죽음의 벽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 성경에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고 나오는데, 어떤 이들이 개나 돼지일까요?

원수도 사랑하라 하시고,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 하신 말씀과 모순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씀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읽으면서 헉하는 심정이 드는 말씀입니다. 사람을 가장 무시하는 말이 개, 돼지에 비유하는 것인데 ‘사람들을 사랑하라고 하신 분이 어떻게 이렇게 심한 말씀을 하시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사람을 개, 돼지로 보는 사람들은 대개 지배욕구가 강한 사람들, 가학성 성애자들이거나 사람들을 착취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입니다.

오래 전 유럽 가톨릭 국가들은 이런 지론을 가지고 남미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을 수탈하고 강탈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기는커녕 스스로를 정당화했습니다.

혐오감. 독일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 사용했던 악랄한 감정. 유대인들을 감옥 한 곳에 여러 명을 집어넣고 화장실도 없이 지내게 해서 동물 우리처럼 만든 후 혐오감을 유발해 학살을 하면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게 했던 히틀러.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이 비열한 감정은 비단 히틀러뿐만 아니라 역사상의 독재자들이 대를 이어서 악용했던 감정입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서 사람을 두고 개, 돼지라고 한 것일까요?

역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사람들을 개, 돼지로 여기는 사람들이 개, 돼지 같은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줘도 알아듣기는커녕 오히려 해코지할지 모르니 조심하란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사람이 왜 어떻게 개, 돼지처럼 되어가는가’ 하는 것입니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그리고 영장류의 뇌. 이 뇌들은 다른 부위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시켜줘야 발달이 된다고 합니다. 즉 어린 시절부터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해줘야 영장류의 뇌가 발달해서 성숙한 어른이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교육과 훈련이 없다면 파충류나 포유류의 뇌가 발달해서 벌레만도 못한 놈, 혹은 짐승만도 못한 놈이란 욕을 먹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영장류의 뇌가 발달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줘도 알아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해코지하는 것입니다.

개, 돼지가 들으면 서운해 할지도 모를 개, 돼지 같은 놈이란 욕은 본인이 개, 돼지 같은 지경일 때 나오는 욕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서 진상 혹은 꼰대라고 하는 것입니다.

■ 마태 7,6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물어뜯을지도 모른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