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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9) 바라는 대로?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3-07-18 수정일 2023-07-18 발행일 2023-07-23 제 3353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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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바라기만 하는 ‘거지근성’은 버려야 합니다
“남에게 해주어라”는 말씀은
바라기만 하는 사람들 향한 것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돼

남에게 바라기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베풀기만 하는 것도 건강한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말씀을 올바르게 해석해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는, 황금율로 유명한 이 말씀을 들으면 갸우뚱하게 됩니다. 남에게 바랄 것이 더 많은 사람도 있고, 남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면 말씀을 지키기 어렵지 않을까요?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해주어라. 주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는 들으면 맞는 말씀인데 왠지 실행하기엔 부담스런 말씀들이 많습니다. 복음의 이 말씀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해주길 바라는 것을 남들에게 해주란 말씀은 분명 맞는 말씀인데 지나치다는 느낌이 듭니다.

만약 어떤 본당 신부가 강론 중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큰돈을 주기를 바라신다면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현금을 주십시오”라고 말한다면 신자들이 동의할까요? 당신부터 해보라고 하면서 난리가 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서는 이런 무리한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윤리적인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지 않기 때문에 나온 것들입니다.

이를테면 십계명의 경우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그 당시 사람들이 살인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도둑질 하지 말라, 남의 여인을 탐하지 말라 등등의 계명들도 그 당시 그런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었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즉 선민이라는 이스라엘 민족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믿음이 깊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대로 산 민족이 아니라 십계명의 내용처럼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도둑질, 간음 심지어 살인까지 하고 있던 민족이란 것입니다. 그 이스라엘 민족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거지근성을 가진 사람들인지 대놓고 비판을 하십니다. 남에게 바라지만 말고 남에게 주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복음의 이 부분을 보는 분들 중 지나치게 착한 분들이 문제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베풀고자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얼핏 보면 성인들처럼 보이는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신경증적인 면들이 보입니다. 일명 ‘착한 아이 콤플렉스’입니다. 이 콤플렉스를 가진 분들은 성경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기는커녕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무언가를 해주면 마음이 부담스러워서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주님의 말씀은 짐 위에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종교인들이 “주님의 말씀을 말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 그 외의 것은 죄를 짓는 것이다”라는 식의 가르침을 종용해서 심리적인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증세를 더 악화시키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혜는 자신의 아들들을 키워 주고 자신을 찾는 이들을 보살펴 준다.”(집회서 4,11)

구약 집회서의 이 말씀을 유념해야, 말씀으로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 마태 7,12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