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이를 돌아보지 않는 세상, 내 아이에게 좋은 지구를 물려주지 못하는 현실을 아파하며 함께 기도하고자 10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였다.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용태 마태오 신부)는 7월 24일 오후 7시 주교좌대흥동성당에서 김용태 신부 주례로 시국미사를 거행했다.
김용태 신부는 강론에서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에 이어 얼마전에는 오송 지하차도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지난 1년 새에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공정과 상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삶에는 정의, 평화, 자유, 평등, 생명, 사랑,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가치가 있으며 이는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라며 “이러한 가치를 찾을 수 없는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사회를 바꾸고자 우리는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사에는 노동, 환경, 외교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알리고자 민주노총 대전본부 김율현 본부장, 대전 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 대천 촛불행동 김한성 준비위원장이 연대발언에 함께했다. 아울러 10·29 참사에서 딸을 잃은 유족 송진영씨도 발언대에 올라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시국미사에 함께한 길 글로리아(광주 광양본당·67)씨는 “공정과 정의가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미사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나 하나의 힘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가 아닌 청년들도 이날 시국미사에 함께했다. 시국미사 안내를 보고 미사에 함께하게 됐다는 박지영(28)씨는 “청년세대가 많이 죽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사회적 약자의 죽음을 국가가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에 오늘 미사에 함께하며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11개월 된 아이를 안고 미사에 참례한 송 도미니코(대전 주교좌대흥동본당)씨는 “방사능 폐기물로 오염된 바다를 바라보고, 방사능으로 오염된 비를 맞으며 우리 아이들이 고통받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라며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바다에 내보내는 것은 재앙이라는 것을 모두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정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뒤 1000여 명의 신자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