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하는 시흥시 외국인 복지센터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생활과 문화에 적응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들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내국인과 외국인이 상호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흥에는 시화국가산업단지가 있어 매년 새로운 이주민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현재 외국인주민수가 5만9천여 명으로 시 전체 인구(57만)의 10%에 달하는 다문화도시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만큼 센터는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많다 보니 센터는 각 나라별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도와주고 국가별 명절이나 각종 문화행사를 지원합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6월 즈음에 센터장으로 왔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주민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은 저에게 하나하나 소중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이 네팔 축제였습니다.
작년 9월 네팔에서는 가장 큰 힌두교 축제인 다샤인(Dashain)이 열립니다. 한국의 추석과 같은 날로 네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날이라고 합니다. 센터에도 네팔 공동체가 있어 15일까지는 아니지만 하루 다샤인 축제를 보냈습니다.
다샤인 축제 때 띠까(Tika) 의식이 있습니다. 붉게 물든 보리싹으로 이마에 점을 찍어 축복을 비는 의식입니다. 이 의식은 구루나 사두 같은 힌두 성직자로부터 띠까를 받는데, 네팔 공동체가 제게 부탁을 했습니다. 신부인데도 괜찮냐고 했더니 비슷하니까(?) 괜찮다고 합니다. 그래서 뜻밖의 권유로 저는 띠까로 공동체를 축복하게 됐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하느님의 마음으로 그들을 축복했습니다. 그들 한 명, 한 명 머나먼 고국을 떠나 온 만큼 많은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랐습니다.
그때의 체험은 지금도 생생하고 신기했습니다. 네팔 공동체가 먼저 저에게 손을 내밀어줬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배타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저를 기꺼이 맞이해줬습니다. 어쩌면 저는 힌두교라고, 문화의 차이를 존중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멀리서 방관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네팔 공동체는 나름대로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다른 이주민들도 그러한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그들이 준비가 안 됐다고 속단하지만, 어쩌면 우리 역시도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은 마찬가지겠다 생각했습니다. 비록 종교가 다를지라도 문화가 다를지라도 하느님의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축복의 존재로 바라본다면 분명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