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리스본에서 만난 하느님의 얼굴들 / 염지유 기자

염지유 로사 기자
입력일 2023-08-08 수정일 2023-08-08 발행일 2023-08-13 제 335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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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은 유럽에서 더 한층 기세를 떨쳤다.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한 청년들은 불가마에 들어앉아 있는 듯한 더위 속에서 매일 걷고 쉼없이 또 걸었다. 길바닥에 앉아 빵을 먹는 것이 일상이었다.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꼽만큼도 불만스러운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내내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8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청년들에게 “하느님께서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 이곳으로 오게 하셨으며, 여기 모인 여러분 모두는 숫자로 셀 수 없는 수많은 하느님의 얼굴들”이라고 말했다. 교황님의 이 말에 모든 청년들이 환호했다. 그래서 대회 기간 동안 청년들은 자신들을 통해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이들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고자 했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이 자리에 왔다는 믿음으로 청년들은 서로의 순례 여정에 든든한 길동무가 돼주었다. 내 한 몸 챙기기도 버거울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뒤처지는 친구를 위해 길을 되돌아가길 주저하지 않았고, 잔디밭에서 이웃나라 친구들과 마음껏 기도하고 노래하며 하느님을 찬양했다. 다른 이의 신앙 나눔 속에서 좋으신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며 기뻐하고 감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리스본에서 만난 청년들의 얼굴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마주했다. 대회를 통해 그 사랑을 체험한 청년들이 자신의 신앙에 새로운 활력을 얻고, 하느님을 드러내 보이는 모든 얼굴들을 사랑하며, 자신 또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 보이는 또 하나의 얼굴로 살아가기를 꿈꿔본다.

염지유 로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