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비신앙인과 신앙인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는 같은 맥락으로 23년 전에 세례를 받아 천주교 신자로 입문한 이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저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며 멈추지 않는 질문입니다. 저는 숱한 역경과 고민 속에 40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8월 말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며 이보다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질문은 없습니다. 이에 대해 저의 오랜 성찰의 결과를 소개해 봅니다.
첫째,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성경에 나오는 ‘신랑을 맞이하러 나간 신부들’을 통해서 얻은 교훈입니다. 그렇다면 깨어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과정이고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의 호흡이 있는 한 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바른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사랑으로 충만한 삶으로 자신을 넘어 타인에게 향하는 사랑과 용서, 배려, 나눔, 공생의 정신이라 믿습니다. 세기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한 ‘타인은 지옥’이 아닌 천국으로 인지하는 한 우리의 삶은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축복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면 세상을 떠나는 날, 이 세상에서의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찬양하는 천상병 시인의 마음을 닮게 될 것입니다. 둘째, 행동으로 실천하는 지성인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식과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앎으로만 머무르고 실천하지 않는 것은 무용지물이라 생각합니다. ‘행동하는 양심’을 부르짖던 어느 정치인 형제의 삶이 이를 증거합니다. 비록 수난과 박해가 있을지언정 죽음으로써 신앙을 지킨 성인들의 행동을 본받아 우리가 성인이 되도록 노력함은 그리스도 가르침의 본질이라 믿습니다. “가서 세상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을 행하는 것이 바로 행동의 실천 중 하나라 여겨집니다. 신앙인이자 지성인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생각과 행동이 바로 그것이라 확신합니다. 셋째,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사는 것입니다. 성경은 “항상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것에 감사하십시오.”라고 말합니다.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겸손에서 나오지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겸손의 ABC라 믿습니다. 인간의 오만과 방종이 오늘의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팬데믹을 몰고 왔습니다. 하늘을 향한 인간의 오만인 바벨탑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말한 옛 성인 노자의 가르침도 아래로만 흐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의 선행은 바로 겸손임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토록 소망하던 일상의 평화가 다시금 찾아온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갑니다.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고귀한 봉사의 삶으로 살다 가신 이태석 신부님처럼 세상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모든 ‘가엾은 아이들’을 모른 체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서도 기꺼이 기도하고 봉사하며 나아가 그런 삶의 기회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살아가는 조화로운 신앙인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청원합니다.전재학(대건 안드레아·인천교구 중3동본당)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