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간 시선] 교직을 꿈꾸며 진학한 제자들에게 전하고픈 편지 / 이대로 신부

이대로 레오 신부(가톨릭신문 기획주간),
입력일 2023-08-14 수정일 2023-08-14 발행일 2023-08-20 제 3356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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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인데 건강 잘 챙기며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신부님은 교목신부의 소임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 가톨릭신문사에서 소임을 맡아 지내고 있단다. 시간은 흘렀지만 너희들과 아웅다웅 보낸 시간들이 눈앞에 선하구나. 교직을 꿈꾸며 진학한 너희들의 대학생활은 어떠했을까. 교사로서의 열망을 키워갔던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교직 현실을 마주하며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을까.

무엇보다 최근 있었던 초등교사와 관련한 뉴스를 보면서 문득 교직을 꿈꾸며 대학에 진학한 제자들은 어떠한 심정일까 걱정이 되더구나. 교육적 열망으로만 살아가기에 각박한 주위의 환경에 마음이 꺾인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선다.

신부님에게 너희와 함께한 교직생활은 제자들과의 추억뿐만 아니라 교직세계를 알아갔던 소중한 시간이었단다. 학창시절 칠판 앞에 선 선생님의 모습만 보다가 그 이면에 주어진 많은 업무량, 끊임없는 수업 개발, 학생 관리, 학부모 응대까지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때로는 감동으로 때로는 안쓰러움으로 다가왔다. ‘교육인가 보육인가’와 같은 쓴 농담을 주고받으며 교직생활에서의 보람과 함께 때로는 상처로 그 삶을 채워가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단다.

그러한 곳에서 나는 어떠했을까? 성직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교직은 사제의 삶과 큰 구분이 없는 고귀함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기에 은연 중에 그 고귀함을 주위 교사들에게 강조하며 교직의 품위를 한 사제의 눈높이에 맞추려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게 되는구나. 어쩌면 교사에게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성찰해보며 작금의 현실 앞에 마음 졸이기도 한단다.

과연 어디부터 잘못되었을까? 학생 인권 신장의 반대급부가 이렇게도 쓰디쓴 결과로 다가왔다면 과연 올바른 규정을 만들어 왔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밸런스 게임을 하듯이 새로운 규정이 정해져야 하는가? 정교하게 그 해법을 찾아가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단다. 사실 교칙만으로 학생을 다스릴 수 없음을 학창시절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면 법 규정만으로 모든 상황이 다스려질 수 없다는 것은 쉬운 결론이지 않을까.

문득 이러한 글이 떠오른다.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스승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올바르게 걸어가게 합니다.” 이 글귀처럼 배움과 가르침이 삶 그 자체이고 올바름이란 그 관계에서 성장된다는 것을 곱씹어보며 이 혼란의 시기를 보낼 수 있다면 시련이 성숙으로 나아갈 수 있을텐데….

아니 이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어떠하든 지금보다 훨씬 좋은 교육 환경에서 너희들이 살아가길 그저 염원한다.

노파심에 몇 마디 덧붙여본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교권 침해와 관련된 사례에 너무 감정을 소모하지 않길 바란다. 우선 함께 아픔에 동참하며 당사자의 영혼과 가족 그리고 동료 교사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이 우선이면 좋겠구나. 혹시나 교육 현장에서 누군가에 대한 의심과 선입견부터 앞서는 것은 경계하면 좋을 것 같구나.

제자들과 함께 행복하게 교직생활을 하는 너희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항상 응원하고 기도할게.

From 레오 신부

이대로 레오 신부(가톨릭신문 기획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