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방문교리 덕분에 늦깎이 신자로 다시 태어났죠”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8-22 수정일 2023-08-22 발행일 2023-08-27 제 3357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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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전민동본당 
거동 불편한 어르신들 찾아가
교리공부와 함께 영적 돌봄도

방문교리를 받은 어르신 3명이 7월 15일 전민동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한숙, 박복자, 노경자씨. 전민동본당 제공

고령으로 성당을 직접 방문해 교리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었던 어르신들이 방문교리에 힘입어 세례를 받았다.

지난 7월 15일 대전교구 전민동성당(주임 박진용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에서는 늦깎이 신자 3명이 세례를 받았다. 각각 73세, 79세, 84세인 새 신자는 마리아, 보나, 안나라는 세례명을 받고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다.

이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한숙(안나·84)씨는 얼마전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하지만 세례받은 뒤로 주일미사를 빠진 적이 없다. 같은 노인정에 다니는 신자의 도움으로 꼬박꼬박 주일미사에 나오고 있다는 김씨는 “하느님의 집에서 기도하는 시간이 참 좋다”고 말했다.

인생의 황혼기, 사회와 가정 공동체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전민동본당은 “당신은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라며 따뜻하게 손을 내밀었다.

김한숙씨는 “나이가 들면서 의지할 수 있는 신앙이 있었으면 했는데 노인정에서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수녀님을 만나보라고 소개를 해줬다”며 “몸이 불편해서 성당까지 가서 교리를 듣는게 부담스러웠는데 매주 수녀님이 노인정을 찾아와 주셔서 끝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민동본당 주임 박진용 신부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고립됐던 어르신들을 교회가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4월 방문교리를 시작했다.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성당에 나오라”고 권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신자들을 통해 신앙을 갖고 싶은 사람을 소개받았다. 당사자 뿐 아니라 자녀들의 의사도 중요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최종적으로 세 명의 예비자를 모집했다.

칠순이 넘은 어르신들이기에 경로당으로, 집으로 찾아간 봉사자들은 교리공부 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를 듣고 건강상태를 살피며 하느님을 알게되는 기쁨을 전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짧은 만남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영적인 위안을 전하는 수녀와 봉사자들에게 예비자들은 금세 마음을 열었고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었다.

박진용 신부는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영적이고 정신적인 위로를 건네는 것도 중요하며 그 역할을 교회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르신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신앙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전민동본당은 지역 안에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