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이 이렇게 가까운데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온 1996년생 청년 류야한(刘雅涵·안나)씨는 지난 8월 7일부터 5일간 열린 DMZ국제청년평화순례(이하 평화순례)에 참여해 분단된 한국의 현실을 목격했다. 올해 평화순례에서 유일한 외국인 청년이었던 류씨는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는 DMZ접경지역을 걸으며 같은 민족이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2019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한 순례였는데 이번에는 한국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어서, 남한과 북한의 아픈 역사를 이해하며 순례할 수 있었어요. 백마고지 가는 길은 북한이 아주 가깝게 보였어요. 헤어진 가족이 북한에 있는 사람은 이렇게 가까운데도 만날 수 없어서 많이 슬플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16년 한국으로 유학을 온 류씨는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사회복지와 한국어교육을 공부했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2%에 불과한 중국에서 조부모 때부터 가톨릭 신앙을 이어온 류씨에게 하느님 말씀을 삶 안에서 기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한국의 평화를 기도하기 위해 떠난 여정. 4박5일 동안 한국인 청년들과 함께 걸으며 류씨는 하느님이 말씀하신 평화에 대해 깊이 묵상했다.
“3일째에 철원에 있는 평화의 길에 도착해서 침묵을 하며 묵주기도를 했어요. 손을 뻗으면 닿을만큼 가까이 있는데 남한과 북한 사람이 만날 수 없다는 게 슬펐어요. 서로 왔다갔다하며 사이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평화순례를 하며 류씨는 정치와 역사적인 문제보다는 사람들의 아픔이 먼저 보였다. 한국의 역사가 낯선 외국인이기도 했지만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이라면 세상이 외면하는 가치를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화군에 있는 교동망향대에서 커피를 파는 아저씨가 노래를 불러 주셨어요.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노래인데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어요. 그 마음이 한국사람들 안에 숨어있는 마음이 아닐까요? 한국 사람들이 북한사람에 대한 진짜 마음을 생각해보고 화해를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