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인간 존엄성 침해, 형벌의 재사회화 기능 포기하는 것” 현행 가석방 절차 또는 무기형 제도 보완·정비 검토 필요 주장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현대일 루도비코 신부)와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요한 사도) 등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8월 21일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14일 입법예고하고, 형법 개정안 제42조 제2항과 제72조에서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구분하고,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했다. 정부는 형법 개정안 입법예고 사유를 “대한민국이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집행 공백이 발생하고, 무기형을 선고받은 중대범죄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어 흉악범죄자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와 시민단체들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형사정책적으로 정당성이 없으며 ▲형벌의 재사회화 목적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수형자를 평생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독일은 이미 1978년 연방헌법재판소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헌법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2013년 같은 취지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유럽인권협약을 위배한다고 판단했다. 시민단체들은 엄벌을 부과하더라도 중범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야 할 형사정책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형벌은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기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형벌의 핵심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는 면도 지적했다. 즉,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순기능은 불명확한 데 비해 역기능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공동성명에서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사형제의 대안이라는 고려보다 흉악범죄에 대한 엄벌주의와 대중영합적 정책에서 입법예고했다”며 “현행 가석방 절차와 기준을 보완하거나 무기형 제도를 정비하고 면밀히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숨겨진 사형’이라고 비유하며 반대하셨다”면서 “형사처벌은 수형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때 유익이 있는 것이고, 엄한 형벌이 범죄를 줄인다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