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교회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 어떻게 김대건 성인상이 세워질 수 있었을까? 그 뒤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의 부단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유 추기경은 한국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에 김대건 성인상이 세워진 배경과 의미를 풀어냈다.
“김대건 성인상을 봉헌했다는 것은 단순히 성인의 석상을 봉헌한 것이 아니라 25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간 청년 김대건을 전 세계가, 특별히 세계 젊은이들이 만나고, 그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희망과 용기. 유 추기경은 25세 청년 김대건의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인 최초의 사제, 순교자, 첫 유학생. 우리는 김대건 신부를 대단한 성인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 인간적인 눈으로 봤을 때 김대건 신부의 삶은 전체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끊임없이 길 없는 길을 개척해간 청년이었다. 유 추기경은 그런 김대건 신부를 통해 세계 모든 이가 희망과 용기를 품길 바랐고, 이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 김대건 성인상을 모시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2021년 8월 2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의 마지막 미사를 주례한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 벽감 빈자리에 김대건 성인상을 모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황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동의했다.
그러나 성 베드로 대성당에 대형 성인상을 세우는 작업은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유 추기경은 부단히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김대건 성인상이 무사히 세워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까다로운 공모 규정으로 한국 작가가 담당하지 않게 될 공산이 커지자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을 찾아 “한국의 성인상은 한국 작가가 조각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후로도 성인상 제작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담당자들을 만나며 독려했다. 축복식이 열리기 전에는 교황청 내에 근무하는 스위스 근위병 한 사람, 한 사람까지도 빠짐없이 만나 많은 한국 신자들이 오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마침내 성 베드로 대성당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성인상 설치가 이뤄졌다.
유 추기경은 “오늘이 있기까지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셨다는 것을 강하게 체험하고 있다”며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하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본받을 분이 있다는 건 행운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용기와 기백, 세심함, 가난한 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 등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분입니다. 앞으로도 김대건 신부님의 삶이 온 세상에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바티칸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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