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좌의정부성당 한켠에 ‘얘기 들어주는 신부방’이라는 문패가 걸린 공간이 눈길을 끈다. 그 이름만으로도 꼭꼭 숨겨둔 속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 똑똑 문을 두드려보고 싶은 곳. 이곳에서 의정부교구 현우석(스테파노) 신부가 신자들의 상처난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대인이 많아지며 교회가 상담사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의정부교구도 모든 신자에게 열린 상담사목을 시작했다.
임상사목교육(CPE)을 받고 환자들의 마음을 보듬어 온 현 신부는 2021년부터 상담 및 고해 전담 소임을 맡았다. 사제에게 상담을 받고 싶지만 주위 신부님들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품은 이들, 상담이 필요하지만 금전적 부담을 겪는 이들을 위해 ‘얘기 들어주는 신부방’을 만들었다. 30~60대 내담자가 가장 많고, 의정부교구뿐 아니라 인근 교구 신자들도 발걸음한다.
내담자들은 사제에게 심리 문제부터 신앙 문제까지 다양한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사제가 상담자로 나설 경우 내담자와 라포(상호신뢰관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형성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내담자가 마음을 열고 상처의 근원을 꺼내놓는 정도와 치유의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리 치유와 더불어 영적 돌봄이 이뤄진다는 것도 교회 상담사목의 이점이다.
현 신부는 내담자들이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가운데 성경 말씀과 기도 안에서 치유되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하느님을 ‘언제 어디서나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아버지’로 인식하고 신앙에 의탁하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고 있다. 필요시 고해성사도 집전한다. 상담과 동시에 이뤄지는 고해는 마음 속 상처와 죄책감을 사라지게 할뿐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신부는 “몸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듯, 신자분들이 마음이 아플 때 전문가를 찾아 상처를 치유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도 나를 돌보고 사랑한 후에야 실천할 수 있다”며 “상담을 통해 내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신부는 매일 신자들의 상담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사제에게 상담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현 신부는 “상담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며 “교회 안에 신자들의 마음을 돌보는 사목이 꼭 필요하고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교구 안의 상담자들을 규합해서, 아주 저렴한 상담료로 누구나 부담 없이 중장기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 문턱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