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성 베드로 대성당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 축복식 이모저모

바티칸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09-19 수정일 2023-09-19 발행일 2023-09-24 제 336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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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쓰고 도포 두른 첫 한국인 사제 모습에 감격
16일 교황 알현·미사·축복식 진행
주교단 등 대표단 400여 명 참석

성 베드로 대성당 벽면에 설치된 김대건 신부의 성인상.

9월 16일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 동쪽 벽면. 외벽에서 움푹하게 들어간 벽감(壁龕, niche)을 가리던 하얀 천이 서서히 걷혔다. 이윽고 벽감 안에 있던 조각상의 모습이 드러났다. 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전형적인 우리나라 선비의 복장에 영대를 걸친 사제의 모습. 좌대에는 한글과 라틴어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S. ANDREAS KIM TAEGON PRESBYTER ET MARTYR)’라는 문구와 국적, 그리고 태어난 해와 순교한 해가 적혀 있었다. 바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성인상이었다. 성인상이 드러나자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의 감격 어린 박수가 쏟아졌다.

성 베드로 대성당 김대건 성인상이 축복되던 날, 교황청과 성 베드로 대성당의 풍경을 전한다.

◎… “여러분 환영합니다. 177년 전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께서 순교하신 날, 그리고 성 베드로 대성당의 외부 벽감에 설치된 그분의 성상을 축복하는 날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전 10시 교황궁 클레멘스 8세 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에 참석하기 위해 교황청을 찾은 신자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알현은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을 맞아 특별히 마련된 자리였다. 교황은 특별 알현을 통해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과 사제, 수도자, 평신도를 포함해 오현주(그라시아) 주교황청 한국대사, 정부 특사로 파견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성 김대건 신부의 생애를 담은 영화 ‘탄생’ 관계자 등 대표단 400여 명을 맞았다.

이 자리에서 이용훈 주교는 한진섭(요셉) 작가가 제작한 김대건 성인상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에게 전달한 성인상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김대건 성인상의 원형이다. 한 작가는 이 원형을 바탕으로 높이 377cm 너비 183cm 두께 120cm 규모의 성인상을 조각했다.

교황은 성인상 설치를 위해 헌신한 이들과 성인상 축복식을 찾은 이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특별 알현에 참석한 신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축복했다.

◎…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을 기념하는 미사는 오후 3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됐다. 미사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자 성 베드로 대성당에 김대건 성인상 설치를 처음으로 제안한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주례했다.

유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대건 신부의 행적과 신앙 선조들의 삶을 살피면서 “순교자들, 그리고 이 땅에 신앙을 간직하고 이어온 신앙 선조들의 삶은 하느님을 찾아 길을 떠난 순례자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박해를 피해 서로 떨어져 숨어 살던 신자들은 순례하는 교회의 모습”이라며 “우리들 모두는 교회와 함께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늘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이 시대의 순례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임을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흥식 추기경이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 기념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한복을 차려 입고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 기념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을 기념하는 미사는 오후 3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됐다. 미사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자 성 베드로 대성당에 김대건 성인상 설치를 처음으로 제안한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주례했다.

유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김대건 신부의 행적과 신앙 선조들의 삶을 살피면서 “순교자들, 그리고 이 땅에 신앙을 간직하고 이어온 신앙 선조들의 삶은 하느님을 찾아 길을 떠난 순례자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박해를 피해 서로 떨어져 숨어 살던 신자들은 순례하는 교회의 모습”이라며 “우리들 모두는 교회와 함께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늘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이 시대의 순례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임을 깊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김대건 성인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놓인 것은 교회의 보편성을 드러내며, 이 대성당이 모든 그리스도인과 인류 전체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주는 것입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을 주례하면서 김대건 성인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자리하는 의미에 관해 설명했다.

이번 김대건 성인상이 설치된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 벽감들에는 그동안 수도회 창설자의 성인상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도회 창설자의 성인상이 각 수도회를 대표해 왔다면, 김대건 성인상은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게 됐다. 성 베드로 대성당 측은 김대건 성인상을 시작으로 앞으로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인상을 설치해 나갈 계획이다.

◎… 축복식이 끝나자 성인상 앞은 기념사진을 찍는 순례자들로 가득 찼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처음으로 아시아의 성인이 자리한 만큼, 김대건 성인상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김대건 성인상이 설치된 자리는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역대 교황들이 잠들어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묘지에서 나오는 길목이고, 또 대성당 꼭대기, 쿠폴라(돔)에 입장하기 위한 매표소도 인근에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순례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지나는,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는 셈이다.

◎… 축복식 후에는 기쁨을 나누는 자리들도 마련됐다. 성인상 축복 직후에는 로마 한인본당 청년들이 사물놀이의 경쾌한 우리 가락으로 성인상 축복의 기쁨을 표현했다. 또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은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김대건 성인상 축복식 참석자들을 위한 축하연을 마련하기도 했다.

9월 16일 오전 10시에 진행된 특별 알현에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오른쪽)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대건 성인상 원형을 전달하고 있다. 바티칸 미디어

특별 알현을 위해 이동 중인 유흥식 추기경(오른쪽 두 번째)과 배우 안성기씨(유 추기경 왼쪽).

바티칸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