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를 따름’을 ‘그리스도를 닮음’으로 풀어낸 바오로 사도 버전의 준주성범이다.
바오로 서간 연구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안토니오 피타 신부가 교황청 사제들을 위해 강의했던 묵상을 모았다.
책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와 바오로 사도의 일치’다. 특별히 바오로 서간 중 필리피서와 코린토서에 집중한 가운데, 한때 그리스도교 영성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그리스도를 닮음’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풀어낸다.
‘그리스도를 입는다’는 것은 날마다 옷을 바꿔 입는다는 것과는 다르다. 이는 우리가 마침내 그분을 마주 뵙는 순간까지 계속될 ‘닮음의 여정’을 살아가며 하루하루 그리스도의 성령을 입는다는 의미다.
사랑 자체인 그리스도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더듬더듬 그분을 따르기 시작하면 천천히 그리고 단계적으로 정체성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모든 상처와 인간적인 나약함 안에서도 이뤄지는 거룩한 변화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닮음’을 서간의 주요 주제 중 하나로 삼았다.
복음서는 예수님을 직접 따랐던 이들에게만 ‘따름’이나 ‘제자직’ 용어를 사용했던 반면 예수님을 직접 따를 기회를 지니지 못했던 바오로는 그리스도와 사도 혹은 그리스도와 신자의 관계를 밝힐 때 ‘닮음’ 또는 ‘일치’라는 용어를 택했다.
피타 신부는 ‘그리스도를 닮음’을 ‘그리스도와의 일치’로 받아들일 때 ‘그리스도를 따름’은 더없이 멋진 일이 된다고 밝힌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무의미한 일이 아니고, 공허한 완덕도 아니며, 시련과 상처를 극복하고 나아가게 하는 매력적인 여정이 된다는 것이다.
책 제목은 바오로 서간에 등장하는 ‘그리스도를 닮음’에 관한 인상적인 은유를 떠올리게 한다.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그리스도를 입었으며(갈라 3,27), 나날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라는 권고(로마 13,14)를 받는다. 이 은유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시사한다. 인종이나 신분 또는 남녀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하나인 새로운 존재 양식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의 참된 정체성을 탁월하게 이야기한 이 책은 바오로 사도의 영성에 관한 깊은 통찰과 풍부한 성경 주해가 조화를 이룬다. 온전히 하느님을 닮아가는 삶을 갈망한다면 곁에 둘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