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이해 도우려면 예민한 사안도 객관적이고 지혜롭게 접근해야
복음적 시각 객관적 제시 필요
교회 변론에만 그쳐선 안 돼
시대에 따른 변화 반영했으면
◎일시: 2023년 10월 12일 오후 6시30분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가톨릭신문 편집자문위원회(위원장 김지영 이냐시오)는 10월 12일 제23차 회의를 열었다. 편집자문위원들은 지난 3개월간 가톨릭신문이 다룬 기획과 보도, 연재물 전반에 대해 가감 없는 의견과 개선방향을 들려줬다. 위원들은 세계주교시노드를 비롯해 세계청년대회 개최 결과 등 교회 현안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이번 회의에는 본지 사장 최성준(이냐시오) 신부도 처음 참석해 위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톨릭신문 제작에 적극 참조하기로 했다.
■ 보도·기획 평가
-김지영 위원장: 지난 3개월 동안 가톨릭신문 기사에 대한 의견과 평가를 말씀해 달라.
-정다운 위원: 8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WYD)에 다녀왔다. 대회가 끝나고 나온 후속보도를 관심 있게 보았다. 현지에서 듣던 지명과 신문에 표기된 지명이 달라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현지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후속보도들이 여러 번 나왔는데 기사 내용들이 대체적으로 반복된다는 인상을 받아 아쉬웠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이번 세계청년대회에서 교회 내 진보와 보수의 갈등, 성소수자 문제 등 중요한 발언을 많이 하셨는데 기사에는 교황님 강론 주제와 일정 정도만 다뤄진 것 같았다.
‘QR로 듣는 교황님 말씀’은 바티칸 뉴스로 바로 연결된다는 점이 편리하고 신기하다.
-김용민 위원: ‘신앙인의 눈’ 기고 중에 고계연(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이 쓴 ‘성지순례와 걷기 사이’ 내용이 좋았다. 이 글이 실리고 나서 가톨릭 언론인들이 경기도 포천 ‘화현 이벽 성지’에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가톨릭 언론인들이 성지순례 다녀온 이야기도 기사로 자세하게 보도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아쉬운 것도 말씀드리겠다.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9월 29일 선종했는데 가톨릭신문 10월 8일자에 실리지 않았다. 주간지라는 특성과 추석 연휴가 있었지만 뒤늦게 기사가 실려 아쉽다. 소록도병원에서 마가렛 간호사와 1년여 동안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의사 입장에서, 마가렛 간호사가 어떤 삶을 살았고 주변 직원과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나중에라도 다뤄주면 좋겠다.
-김 위원장: 가톨릭신문이라면 마가렛 간호사 선종 기사를 1면에 실었어야 한다고 본다. 이분이 남긴 행적을 보면 1면에 실을 가치가 충분하다.
-김재홍 위원: 문화면 기사에 장르를 전제하고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예술계의 큰 흐름은 음악, 미술, 문학 등 기존의 고정된 장르 개념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톨릭신문 문화면이 장르별로 패턴화돼 있는 감이 있다. 장르 개념을 벗어나고 장르가 혼합된 방향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기자에게는 쉽지 않고 변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다.
-엄혜진 수녀: 가톨릭 예술인 중 신문에 보도되는 분들은 지위나 경제력 면에서 안정된 분들이 대부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예술계에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 정신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난 3개월 동안 가톨릭신문이 좋아진 면이라면 일러스트 활용을 기사 주제에 맞게 잘했다는 점이다. 신문이 많이 달라져 보인다.
생태환경 분야가 중요하긴 하지만 기사 횟수나 분량에서 지나친 감이 있다.
-김민수 신부: 생태환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연재에 큰 무리는 없지만, 간혹 추상적으로 느껴지거나 앞뒤 흐름에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있다.
가톨릭신문이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에 대해 ‘공포사회’라는 주제로 기사를 냈는데, 막을 수 없는 자연 재난이 아니라면 ‘위험사회’가 더 적절한 용어다.
-최현순 위원: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기획 내용이 추상적이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어떤 도움을 받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연재 필자 가운데 기고 주제나 내용에 적합한 분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필자 선정에 신중했으면 한다.
반복되는 문제를 또 말하게 된다. 교리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기고가 계속 보인다.
-김 위원장: 외부 필진은 선정할 때부터 충분히 검증을 해야 하지만 기고를 시작한 이후에 문제가 반복되면 편집국 차원에서 냉정하게 기고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본다.
-성용규 신부: 신자들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가톨릭신문이 한국과 일본 주교회의 성명서를 보도해서 신자들이 판단의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
교황님께서 「찬미받으소서」 후속 문헌으로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교황청이 침묵하고 추상적인 말에 머무른다면 공허할 뿐이다.
-김 위원장: 신문 기사는 쉽게 써야 한다. 신문은 대중매체다. 독자들을 다 포괄할 수 있으려면 쉽게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기획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기획도 너무 학술적이고 교회 보호적 시각으로 가는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 개선·건의 사항
-최 위원: 기사와 관련된 광고를 같은 면에 싣는 경우가 있다. 보기에 불편하다.
-김 위원장: 같은 소재를 다루는 기사와 광고를 같은 면에 싣는 것은 신문 윤리에 어긋난다. 광고를 싣더라도 기사와는 다른 면에 실어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기사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취재원을 꼭 밝히고, 기사 문장을 되도록 짧게 써야 한다.
-김 신부: 교회에서 원로로 인식되는 인물을 기사에 ‘김씨’처럼 쓰는 건 안 된다고 본다. 나이와 지위에 맞는 호칭을 써야 한다.
-성 신부: 가톨릭신문이 구체적 현안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황청에 입장표명을 요청할 수는 없는지 묻고 싶다. 요즘 정부에서 종전선언을 주장하거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가톨릭교회도 반국가세력인지 신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 가톨릭신문이 교회 입장은 무엇인지 가이드라인을 짚어 주기 바란다.
-최 위원: 교회 내 진보와 보수 대립, 성소수자에 대한 시각 등은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대중성을 갖는 신문이 이런 문제를 다룰 때는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 예민한 문제라고 해서 아예 안 다루면 안 된다. 객관적인 사실과 논란의 큰 흐름은 보도할 필요가 있다.
-엄 수녀: 사설이 교회에 우호적이거나 교회를 변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2024년 12월부터 시작하는 2025년 희년 매월 기도 대상자들이 있다. 기도 대상자에 맞춘 기획을 실었으면 한다.
-김용민 위원: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추모제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에서 기사로 다루지 않으려는 영역이지만 어딘가에서 다뤄야 한다고 본다. 가톨릭신문이 이 역할을 해 달라.
-김재홍 위원: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이 향년 96세로 선종하셨다. 김남조 시인의 선종을 접하면서 ‘가톨릭 예술인 인물사’를 생각했다. 가톨릭 예술의 역사를 이룬 인물들을 연재하는 것을 제안한다.
-최성준 신부: 위원들께서 들려주신 의견은 신문 제작에 적극 참조하겠다. 교회 안에 예민한 사안도 객관적 사실만큼은 보도한다는 방향으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