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간 16주년 특집-어제의 교구가 내일의 교구에게] 교구 내일을 말하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3-10-24 수정일 2023-10-24 발행일 2023-10-29 제 336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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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그물망’처럼 교회 모든 구성원들이 유기적으로 협력
대리구제 통해 구현되는 ‘통합사목’
모든 세대와 계층 유기적으로 연결
보조성 원리에 따라 스스로 쇄신
각자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는
시노달리타스적 교회 정신 담겨

통합사목에서는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동등한 품위와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성령이 이끄는 길을 찾아간다는 시노달리타스를 발견할 수 있다.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의 모습.

60년의 역사 속에서 복음화의 길을 걸어온 교구는 새로운 시대 안에서 또 다른 위기와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화된 신앙생활의 회복은 물론이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물들어 신앙을 외면하는 세태 등은 신자들, 특히 청소년들이 신앙에서 멀어지고 성사 참례자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에서 “이러한 어려움들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구가 내일을 향해 나아가려는 길,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이란 어떤 것일까.

■ 교구 사목의 운영원리, 통합사목

통합사목(Integrative Pastoral)이 교구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이용훈 주교가 교구 대리구제도 개선과 교구 편제 개정에 관한 교령 「새로운 제도」를 반포하면서다.

이 주교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새로운 제도는 소통을 추구한다”면서 새로운 제도, 즉 대리구제를 통해 “지역과 지역, 계층과 계층이 서로 연대하고 나누는 통합사목, 연합사목으로 새로운 활력을 도모함으로써 우리 앞에 놓인 교회 안팎의 위기와 도전에 정면으로 대응해 나가고 지역의 복음화를 이루자”고 전한다. 대리구제가 교구의 운영체제라면, 통합사목은 대리구제를 통해 구현되는 교구 사목의 운영원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2018~2020년 교구장 사목교서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에서는 통합사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목교서에서는 “기존의 사목이 세대와 계층을 구별하여 특화된 형태의 사목을 전개해 왔다면 이제는 ‘잘 짜인 그물망 구조의 통합사목’ 안으로 신자 각 개인이 들어와 참여함으로써 신앙을 키워가는 형태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통합사목이란 모든 세대와 계층을 유기적 관계망 안에 놓고 접근하는 사목유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통합’이라는 말이 지닌 사전적 의미 때문에 통합사목을 마치 사목에 관한 조직이나 요소들을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통합사목은 단순히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를 합치거나 여러 전문사목분야의 기능들을 단순하게 하나로 수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방법, 새로운 선교」에서 ‘잘 짜인 그물망 구조’라고 표현하듯 통합사목이 지향하는 것은 교회의 모든 지체들이 ‘잘 짜인 그물망’처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든 세대와 계층이 이 유기적 관계망 안에 들어와 참여,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결핍된 부분을 채워가면서 공동체가 스스로 쇄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구가 지향하는 통합사목이다.

■ 통합사목에서 발견한 시노달리타스

교회의 모든 지체, 바로 ‘하느님 백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쇄신하는 통합사목은 시노달리타스를 떠올리게 한다.

시노드(synod)는 '함께'(syn) '길'(hodos)을 걷는다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고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우리가 따라야 하는 시노드의 정신을 의미한다. 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헌장」을 통해 선포한 ‘하느님 백성’ 교회론을 바탕으로 한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 바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각자 동등한 품위와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성령이 이끄는 길을 찾아간다는 시노드적인 교회의 정신이 담겼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연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보편교회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보편교회가 함께 시노달리타스를 고민하고 있다. 교구 역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단계’에 참여했다.

이 시노달리타스는 교구 역사 안에 살아온 정신이기도 했다. 시노달리타스의 바탕이 되는 ‘하느님 백성’ 교회론은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가 교구 초대교구장으로 주교품을 받고 가장 먼저 참여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회기에서 논의한 내용이자, 윤 대주교 이래 역대 교구장들이 구현하고자 노력해온 공의회 정신이다. 또 교구는 1999~2001년 제1차 교구 시노두스(시노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시노드적 교회를 경험하기도 했다. 비록 시노달리타스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온 것이다.

통합사목 역시 이런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온 교구 역사의 연속성 위에 있다. 이용훈 주교가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이라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10월 6일 교구 설정 60주년 기념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이 주교는 교구가 나아갈 방향으로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의 길”을 강조했다.

■ 통합사목, 어떻게 실현할까

그렇다면 통합사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 나갈 수 있을까. 그 방법은 공동체의 최소치 사목과 최대치 사목을 식별하고 공동체의 성장지표가 서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소치 사목과 최대치 사목은 단순히 사목을 산술적인 통계로 산출한 값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치 사목은 공동체에서 가장 취약해진 사목대상이나 사목분야를 우선적으로 돌보는 사목을 의미한다. 최대치 사목은 공동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목으로 공동체가 받은 은사를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사목이다. 최소치 사목과 최대치 사목이 서로 연동되면 공동체가 성장하는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통합사목에서 말하는 공동체의 성장지표는 크게 말씀의 증거생활, 축제적인 전례거행, 이웃 섬김, 친교생활 등 4가지로 분류된다. 말씀의 증거생활은 성경과 영성에 관련된 신앙생활들이고, 축제적인 전례거행은 성사 및 준성사의 다양한 예식이며, 이웃 섬김은 애덕 실천과 대사회적인 연대를 말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지표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진정한 의미의 친교생활이 구현된다.

교구 사목연구소장 한창용(시몬)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연속선 안에 있는 통합사목에 시노달리타스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시노달리타스 개념을 통해서 통합사목이 풍요롭게 되고 방향설정이 더 확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