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잠 못 이루는 고통입니다. 많은 유가족이 우울감과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복용합니다. 약을 먹어도 잠이 오지 않아 대체제로 알코올을 택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좋지 않습니다. 알코올이 뇌를 각성시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술을 먹어야만 잠을 이룰 수 있다는 사람도 사실은 몸이 녹다운 된 것이지, 뇌는 선잠을 잤기 때문에 아침에 개운치 않습니다.
잠은 일상생활에서 오는 근심을 풀어주고 스트레스의 중압감을 가볍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잠은 일시정지의 기능도 있어서 부정적 생각과 현실의 힘듦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줍니다. 신기하게도 인간의 뇌는 깨어있을 때보다 수면 상태에서 놀라운 치유 기능을 발휘합니다.
인간에게 있어 잠은 ‘영원한 어머니의 품’이고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어머니가 우리를 쓰다듬고 돌봐주시는 것처럼 깊은 위로를 받고 나이와 상관없이 성장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잠 못 드는 유가족을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수면 방식이 아니어도 수면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벌을 서듯 꼭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잠을 안 자도 괜찮다’라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누운 상태로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자신의 들숨과 날숨에만 집중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시간만큼 잠을 잔 걸로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누워서 하는 게 힘들다면, 선승들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해도 괜찮습니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상좌였던 춘성스님은 평소 이불을 덮지 않고 가부좌를 튼 채 잠을 잔 것으로 유명합니다. 춘성스님은 이불을 ‘옮기다(移)’, ‘떠난다(離)’를 써서 이불(移佛), 이불(離佛)이라 칭하고 부처와 불심이 떠나지 않도록 평생 이불 없이 수행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아침이 되면,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합니다.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고 오전 내내 잠을 자게 되면 또다시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아무리 피곤해도 일과를 정상적으로 보내야 합니다. 깨어있는 시간에는 일, 활동, 운동 등을 통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간밤에 못 잔 잠을 보충하기 위해 중간 중간 쪽잠을 자게 되면 수면 문제를 해소하기가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밤에는 어둡게, 낮에는 밝게 생활해야 합니다. 많은 유가족이 낮에도 암막 커튼을 치고 어둡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집안에 충분한 햇빛과 신선한 공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밖에 나가 햇빛도 받고 산책도 해야 합니다.
반대로 밤에는 실내를 어둡게 하고 가급적 스마트폰 불빛도 멀리해야 합니다.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 국가의 사람들은 실내에서 밝은 램프를 켜고 운동하기를 즐깁니다. 수면에 영향을 주는 세로토닌, 멜라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조절 기능이 빛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실을 수용하는 과정은 아주 긴 싸움입니다. 어차피 할 싸움이라면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을 잘 자야 합니다. 그래야 자존감을 잃지 않고 싸울 수 있고 또 슬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