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이다. 이날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모든 공동체와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와 연대, 형제애를 실천하도록 일깨우고 촉진한다.
오늘날 가난의 문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주거형태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이외의 거처’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이 4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고 한다. ‘주택 이외의 거처’는 한 개 이상의 방과 부엌, 독립된 출입구 등 주택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주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법은 최저 주거 기준을 1인 가구의 경우 부엌을 포함한 방 1개, 총 면적 14㎡로 규정하고 있다. 주거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인 물리적 공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고시원이나 쪽방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지내야 하는 주거 취약계층은 물리적인 어려움 외에 ‘단절’과 ‘외로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세계 가난한 이의 날 주제를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토빗 4,7)로 정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을 환대하기 위해 일상에서 기울이는 노력만으로는 여전히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복음 말씀에 귀 기울이자.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