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이 죽었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노동자 사망케 한 DL이앤씨에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등 촉구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시몬 신부, 이하 위원회)는 11월 7일 서울 평동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위원장 김시몬 신부 주례로 고(故) 강보경 노동자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위원회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숨진 8번째 희생자인 강씨의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DL이앤씨의 사과와 철저한 수사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자 이날 미사를 마련했다.
8월 11일 부산 연제구 DL이앤씨의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 KCC 소속 일용직으로 일하던 강씨는 추락 방지 안전장치 없이 20m(6층) 높이에서 거실 창호 교체 작업 중 떨어져 29세 나이로 숨졌다. ‘e-편한세상’ 아파트 시공사로 알려진 대형 건설사 DL이앤씨는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노동자 8명이 건설 현장에서 숨진 최다 중대재해 기업이지만 DL이앤씨 관계자는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수도자 12명 포함 30여 명 신자가 함께한 미사 중에는 ‘DL이앤씨 중대재해 근절 및 고(故) 강보경 건설일용직 하청노동자 사망 시민대책위원회’ 명숙 홍보팀장(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이 사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가족 회원 이용관씨(빅토리노·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의 연대발언과 강씨의 어머니 이숙련(70)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명숙 홍보팀장은 “강씨에게 안전장치와 안전교육 없이 일을 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KCC와 DL이앤씨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중”이라며 “이윤만을 좇아 하청에 하청을 주고 노동자가 죽든 말든 안전교육 없이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아 8명이 죽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책임자들이 공식 사과와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중 어느 하나 빠짐없이 이행하도록 시민 여러분이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김 신부는 미사 중 “아직도 하루에 3명씩 일터에서 사고로 사망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며 “모든 사람이 직장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보금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이 오도록 이 자리를 통해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건설업 관리자로 종사하는 노희준씨(제노비오·58·서울 중앙동본당)는 “건설 현장 일용직 경험자로서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근로 환경이 안타까워 강씨와 그 가족에게 공감과 위로를 표하고자 미사에 참례했다”고 밝혔다. 이어 “힘없는 사람들의 기도가 시민 연대를 통해 정의 실현으로 되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