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43)프란치스코 교황의 방식이 다음 콘클라베에 끼칠 영향/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3-12-12 수정일 2023-12-12 발행일 2023-12-17 제 337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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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관습과 의전보다는
직감에 따라 행동해온 교황
그의 후임 뽑을 추기경들은
규약 존중하는 교황 원할 듯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첫 주말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사들이 말렸다. 의사들은 기관지염으로 숨쉬기가 힘든 노인에게 빡빡한 일정의 사목방문은 아주 위험하다고 말했다. 교황청 소식통은 12월 17일이면 87세가 되는 교황이 이 충고를 듣고 매우 속상해했다고 전했다. 결국 교황은 의사들의 충고를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교황청 공보실은 11월 28일 교황의 사목방문 취소를 발표했다. 공보실은 교황에게는 여전히 감기 증상이 있으며 폐렴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교황은 이튿날 예정된 일반알현을 진행하고 스코틀랜드 축구팀과도 만났다. 11월 30일 오전에는 8건의 스케줄을 소화했다.

이 모든 활동을 통해 교황은 ‘나는 여전히 원기왕성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교황의 건강에는 아무 위험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교황전례원은 크리스마스이브부터 1월 7일 주님 세례 축일까지 교황이 6번의 전례를 주관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일은 지금 교황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실 고령으로 생기는 통증을 견디고 있는 교황의 건강이 괜찮다고 하는 것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말년에도 주지했던 바다. “교황은 죽기 전까지는 건강하다”는 오랜 속담은 모든 교황에게 해당된다.

하지만 교황이 이번엔 의사들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는 점은 특이하다. 항상 그렇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의 교황과 교황청 일부가 된 구조적인 관습과 의전에 기대기보다는 직감과 임기응변으로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교황은 관습과 의전을 무시하거나 없앴다.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이런 그의 행동은 추종자들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많은 제약과 견제로부터 벗어난 교황은 애초에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규약마저 없앴다. 이윽고 교황은 극도의 전통주의자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의 교황청 숙소와 연금을 박탈했다. 올해 75세의 미국인인 버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관과 교회법 개정, 사목 우선순위, 즉 그의 교황직을 맹렬히 비난하는 고위 성직자 중 하나다.

분명히 할 것은 있다. 교회법에 따르면, 교황은 사실상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의 행위를 정당화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교황의 판결이나 교령에 불복하는 상소나 소원은 용인되지 아니한다.(교회법 333조 3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떻게 봐도 법치주의자는 아니다. 교황은 자기 임무에 의하여 교회에서 최고의 완전하고 직접적이며 보편적인 직권을 가지며 이를 언제나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지만, 어떻게 그 권한을 사용할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교황이 무분별하고 들쑥날쑥하며 불공정하게 권한을 사용한다면 그의 권위는 약화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회를 위한 그의 복음적 신학사목 비전에 열광하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현 교황은 점점 고립과 개인주의로 빠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지역교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교황청의 외교에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종 교황청 국무원이나 다른 고위 관료의 자문 없이 외교 문제를 회피하거나 자신만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정통적인 통치방식이 그의 후임을 뽑을 추기경들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교황이 현재의 콘클라베 방식을 급진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에서, 추기경들은 교황청의 관습과 의전을 좀 더 존중하는 이를 찾을 것이다. 투표권이 있는 추기경 중 70% 이상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했지만, 그중 ‘프란치스코의 주교’라고 불릴만한 이는 거의 없다. 추기경들 중에는 성직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전통주의자도 있다. 하지만 현 교황의 후임을 뽑을 이들 추기경들은 고전적인 ‘성직자’들이며 거의 예외가 없다. 이 말은 이들이 교회 관습과 의전에 빠져있는 어느 정도 나이의 남성이라는 말이다. 현 교황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추기경들에게 어려움을 안겼다.

다음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달리타스 프로젝트와 교회관을 수행하길 바라는 대다수 추기경들도 좀 더 조직의 방식으로 일을 할 사람을 찾을 것 같다. 이 말은 현 교황과 비슷한 통치방식을 가진 후보는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음 콘클라베는 아주 예측하기 어렵겠다. 이 또한 역동적이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현 교황의 유산이 될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